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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평도 도발/ 주민들 잠못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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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평도 도발/ 주민들 잠못든 밤

입력
2010.11.2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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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2층에서 쉬는데 갑자기 집이 무너질 정도로 큰 폭음이 났어요. 폭음이 수십 번 반복되는 동안 2층 베란다가 무너지고 유리창이 깨지고 온통 아수라장이었어요. 무작정 집에서 나와 주민 10여명과 함께 선착장으로 뛰었죠.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평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춘옥(54)씨는 23일 오후 2시34분 북한의 포탄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순간을 이같이 전했다. 여객선을 타고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하기까지 3시간 가까이 지났지만 이씨는 충격이 전혀 가시지 않은 듯 손을 떨고 있었다. 이씨의 남편 신성희(51)씨는 "오후에 군부대에서 포 사격을 한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포탄이 마을에 계속 떨어져서 전쟁이 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친정 어머니(88)를 찾아 뵙고 이날 인천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객선을 기다리다 폭발 소리를 들은 전옥순(62)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나와야 한다'고 마을로 되돌아 가려는데 남편이 끌고 나와 배에 태웠다"면서 "다행히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마을 주민들과 방공호에 대피해 계시다고 해서 그나마 한숨 돌렸다"고 했다. 전씨는 "전기도 안 들어온다고 하고, 이제 어머니는 어떻게 하느냐"고 발을 굴렀다. 인천으로 오는 내내 울어서 퉁퉁 부은 전씨의 두 눈에 다시 눈물이 흘렀다.

연평교회 목사 이임식 참석 차 연평도행 여객선을 탔다가 되돌아온 조종수(67)씨는 "배가 선착장에 접안 하려는 순간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고 1㎞정도 떨어진 마을이 화염에 휩싸였다. 포 소리가 계속 이어져 내렸던 사람들도 다시 배에 탔다"고 숨가빴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다들 처음 당하는 일이라 당황할 겨를도 없었다"고 했다.

뭍으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연평도 주민 1,000여명은 섬 안에 있는 19개 방공호 등에 대피해 있다. 최율 전 연평도 어민회장은 "마을과 산 곳곳에 불이 났지만 손을 쓰지 못해 계속 번지고 있다. 전기 공급이 끊겨 주민들은 암흑 속에서 공포에 떨고 있다"고 현지의 다급한 상황을 전했다. 김해식 전 어민회장은 "연평해전이 두 번이나 있었지만 이처럼 마을 전체가 초토화하는 참혹한 사태는 없었다"며 "누가 얼마나 다치고 죽었는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3시30분께 백령도를 출발, 오후 5시10분께 귀향한 고려고속훼리 소속 코리아익스프레스호는 연평도 주민과 관광객 등 215명을 싣고 왔다. 고려고속훼리 관계자는 "포탄이 떨어지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선착장에 나온 분들은 다 모시고 나왔다"고 말했다.

인천=허정헌기자 xscope@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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