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군의 미흡한 초동대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북한군의 최초 발포 후 군이 대응사격을 하기까지 13분이나 걸려 파장이 커지고 있다.
13분 지나 굼뜬 대응사격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군의 첫 대응사격 시점은 오후 2시47분께다. 북한이 발포를 시작한 오후 2시34분께보다 13분 늦다. 그 사이 북한은 마음 놓고 수십 발의 해안포를 연평도에 퍼부었다. 북한군의 오후 3시10분께 2차로 해안포 공격을 했을 때는 15분 늦은 2시25분께야 대응사격을 했다. 이번에도 수십 발의 포 공격을 당한 뒤였다. 이처럼 두 차례나 대응이 늦어지면서 북한군은 한국군의 경계태세를 비웃듯 해안포 공격을 계속했다.
군의 교전수칙에는 '적이 무력으로 우리 영토를 침범할 경우 즉각 이에 상응하는 공격을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두 배, 세 배의 타격으로 적의 공격 원점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누차 공언해 왔다. 따라서 군의 장담대로라면 북한의 개머리와 무도해안포기지는 초토화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북한의 해안포 공격은 그치지 않았다. 이날도 군은 "즉각 대응사격을 실시했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공군 전투기 8대도 현장에 즉시 출동했지만 상부의 지시가 없어 연평도 주변 상공을 맴돌며 북한의 해안 포 사격을 지켜보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군은 "정확한 표적(발사 기지)을 탐지하고 사격 승인 절차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오히려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연평도에는 북한의 해안포기지를 탐지하는 대포병탐지레이더(AN/TPQ_36)가 가동 중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 지휘부는 당시 무엇을 했는지, 현장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고 적절하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행동이 굼뜨다 보니 말로 하는 위협은 빛이 바랬다. 군은 경고통신과 전화통지문을 보내 "즉각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문자 그대로 말 뿐이었다.
해안포 열렸는데 대비했나
연평도 해병부대와 민가들은 섬 중간을 가로 지르는 산등성이 뒤편에 위치해 있다. 북한과 마주한 해안가에서 1~2㎞ 정도 거리다. 산이 북한의 공격을 자연적으로 막아 주는 지형적 이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장점 때문에 북한의 기습 공격에 허술하게 대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평도 현지 관계자는 "하늘에서 포화가 빗발치듯 쏟아졌다"며 "북한군이 어디서 공격하는 지 신속하게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 방향 쪽의 해안에 경계병이 있지만 그 임무는 보병이 담당한다"며 "해병부대에서는 제대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군은 이날 북한의 해안포 포문이 열린 것도 확인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해안포는 수시로 열리기 때문에 일상적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런 안이한 인식 때문에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많다.
북한 포 발사 수도 몰라
군은 북한이 실제 얼마나 포를 쐈는지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합참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십여 발로 파악하고 있다. 정확한 수는 탄착점이나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연평도 현지 설명은 다르다. 다른 관계자는 "섬 전체가 북 해안포에 무차별로 당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보고 들은 것만 해도 최소 100발이 더 되고 해안에 떨어진 것까지 모두 합하면 200발은 충분히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이날 "대응사격으로 80여발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공식적 북한의 포탄 수보다는 많다는 얘기다. 따라서 군이 교전수칙에 맞게 대응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북한의 포탄 수를 줄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군은 8월 백령도 인근에 대한 북한의 공격 때도 해안포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서도 다음 날이 돼서야 언론에 발표해 물의를 빚었던 전례가 있다.
군은 또 북한의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감감 무소식이다. 합참은 "북한 측 공격 원점에 집중사격을 가했기 때문에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은 추정일 뿐이다. 개머리, 무도기지에서 벗어난 오발 사격이 적지 않다면 이 또한 상당한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사망·부상자 명단
◆군인
▲사망(2명)
서정우(병장) 문광욱(이병)
▲중상(6명)
최주호(병장) 김지용(상병) 한규동 김명철 김진권 박봉현(이상 일병)
▲부상(10명)
오인표 박성요 김성환(이상 하사) 김용섭(병장) 서재강(상병) 조수원 이진규 김인철 구교석 이민옥(이상 일병)
◆민간인
▲부상(3명)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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