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 베이징의 번화가 왕푸징(王府井) 거리의 최대 쇼핑몰 둥팡신톈디(東方新天地) 지하 1층의 패스트푸드형 비빔밥전문점 비비고 매장. 이미 점심식사 때를 넘긴 오후 2시가 다 된 시간이었지만 비빔밥 삼매경에 빠진 중국인들로 매장의 3분의1 가량이 차 있었다. 샐러드식 비빔밥인 비비고 라이스를 주문한 천아이윈(26)씨는 "처음엔 음식이 약간 차가운 듯해서 거부감이 있었는데 건강하고 담백한 음식이고 식사 후 포만감도 있어 좋다"며 "고추장이 아닌 레몬간장 소스를 도입한 것도 신선하다"고 말했다. 장쥐엔(25)씨는 "흑미, 보리, 현미, 백미 중 재료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라며"특색 있는 한국 비빔밥점"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국책사업이 된 한식세계화 바람이 외식업체 등을 중심으로 민간 부문에서도 확산되는 가운데 CJ가 해외시장 진출을 꿈꾸며 계열사 CJ푸드빌을 통해 보급해온 비빔밥전문점 비비고가 개점 6개월을 맞았다. 5월 1호점인 서울 광화문점을 열면서 시작된 비비고 사업은 8월 중국 베이징점에 해외 1호점을 내면서 본격화해 9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진출했고 다음달에는 싱가포르에 직영점을 연다.
CJ푸드빌에 따르면 64개 좌석이 마련돼 있는 베이징점에는 점심 시간에 하루 평균 260여명, 저녁 시간에는 하루 평균 140여명의 고객이 방문,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우선 서구식 트렌드를 적극 수용하는 젊은 여성 소비자를 공략한 점이 주효했다. "참신하면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건강식을 선호하는 외국계 기업 직장 여성이 많은 오피스 밀집가에 1호점을 연 덕분에 당초 목표보다도 고객 방문이 많다"는 게 회사측의 분석이다. 여성 고객 비율이 서울과 미국 점포에 비해 훨씬 높은 80% 수준이다.
빠른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재료의 종류와 비율 등을 표준화한 게 비비고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막상 문을 열기 전에는 걱정도 많았다. 중국인은 조리한 채소를 즐겨 먹지만, 비비고의 대표 메뉴 중 하나는 샐러드 타입의 비비고 라이스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원하는 베이징의 젊은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비비고 라이스는 매장 내 최고 인기 메뉴로 떠올랐다.
현지화 전략도 적절히 가미했다.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중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다른 지역 매장과 달리 숯불고기(쇠고기), 두부, 닭가슴살 등 3가지의 기본 토핑에 돼지불고기를 추가했는데 돼지불고기 토핑을 원하는 고객이 30%에 이른다.
CJ푸드빌은 테스트 매장격인 베이징점의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상하이와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추가로 점포를 열기로 했다. 일본 도쿄와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지에도 신규 개점이 예정돼 있다. 김영훈 CJ푸드빌 한식사업부 중국 프로젝트매니저는 "가격대가 32~35위안(약 5,500~6,000원) 정도로 다소 높지만 품질을 고급화해 전략시장인 중국 내 점포를 계속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