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중국에서, 그리고 북한 리스크까지. 23일 국내 금융시장에는 잠복 중인 모든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는 선에서 봉합되는 듯 싶던 유로존 재정위기는 확산 우려가 높아졌고, 중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부각됐다. 다행히 장 마감에 즈음해서 북한군의 연평도 해안포 발사 소식이 전해진 까닭에 이날 주가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으로 돌변했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든 악재들이 한꺼번에 모였다"며 "과거 연평해전이나 천안함사태처럼 일회성으로 그친다면 앞서의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은 충격을 받더라도 빨리 복원되겠지만, 만약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최근 매수세가 둔화하고 있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등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시장은 북한군의 도발 소식에 출렁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나흘 만에 하락, 전날보다 15.40포인트(0.79%) 떨어진 1,928.94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4.40포인트(0.85%) 내린 511.58로 거래를 마쳤다. 정규장이 종료된 뒤에야 북한 도발 소식이 전해져, 장 막바지 낙폭을 줄이는 등 큰 무리 없이 마감했다.
하지만 선물시장은 종가에 큰 폭으로 뒤로 밀려났다. 선물시장에서는 코스피200지수선물(12월물)이 장 마감 직전 동시호가 10분간(오후 3시5분~3시15분)에만 3.30포인트가 빠지며 전날보다 6.20포인트(2.44%) 급락한 248.00으로 마감했다. 코스피200지수선물은 야간거래에서도 정규장 종가보다 0.70포인트 내린 247.30에 거래를 시작해 장 초반 241.05까지 폭락하는 등 약세를 이어갔다.
채권금리도 방향을 틀어 급등했다. 장중 0.01~0.03%포인트 하락세를 보였던 채권금리는 장 막판에 급등세로 반전, 5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0.06%포인트 오른 4.07%로 마감했고, 10년물(4.56%)과 3년물(3.42%)도 각각 0.07%포인트, 0.04%포인트씩 뛰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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