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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부자감세' 핵심은 법인세

입력
2010.11.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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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논란에 시달려온 여권이 '소득세 감세 철회, 법인세 인하 유지'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물론 당론 결정과 당정 협의 과정이 아직 남아 있어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감세 논쟁 자체가 야당이 만든 '부자감세 프레임'에 갇힌 꼴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하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소득세 감세 철회 입장을 밝히면서 감세 기조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이다. MB노믹스의 상징인 감세 유지에 집착해오던 청와대 내부에서도 "감세정책의 요체는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 인하"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해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득세, 재정 기여도 낮아

여권의 소득세 감세 철회 논리는 이렇다. 부유층은 소비성향이 낮아 세금 인하의 효과가 작은 데다, 소득불균형 해소에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악화한 재정건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명분론도 제기됐다. 옳은 얘기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소비가 늘어나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감세 논리의 허구성을 인정한 셈이다.

반면, 법인세 인하 유지 입장은 완강하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법인세 인하가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창출로 이어져 중ㆍ장기적으로 세수 확대에 기여할 것인 만큼, 예정대로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22%)이 경쟁국인 홍콩(16.5%) 싱가포르(17%)보다 높다는 점도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근거로 인용된다.

하지만 사회 양극화나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볼 때 소득세 감세 철회의 효과는 미미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소득세 감세 철회로 늘어나는 세수는 연간 5,000억원. 지난해 국가부채 360조원의 0.14%에 불과하며, 법인세 인하분(3조2,000억원)의 6분의 1도 안 된다. 국세청장 출신인 이용섭 민주당 의원의 계산으로는 2012~14년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액은 11조5,846억원에 달한다. 재정건전성을 고려한다면 소득세보다는 법인세 인하를 철회하는 게 더욱 시급한 셈이다.

우리 법인세율이 높아 경쟁국보다 불리하다는 주장도 근거가 희박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법인세 재산세 사회보험료 등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실효세율은 2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3.0%에 턱없이 못 미친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22%라지만, 각종 공제 혜택을 감안하면 제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7.5%로 선진국보다 크게 낮다.

법인세를 낮춰도 투자 유인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한나라당이 지난해 법인세ㆍ소득세 추가 감면을 2년간 유예한 것도 감세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세 유예로 발생한 재원을 경기 활성화에 쓰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184억달러(약 20조7,400억원)나 된다. 현대자동차(73억달러), 포스코(64억달러), LG전자(50억달러) 등 대기업들이 쌓아둔 현금이 무려 100조원이다. 경제환경이 불확실해 투자를 기피하는 것이지, 선진국보다 법인세율이 높아서 투자를 못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미래 재정부담도 감안해야

정부의 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국가채무는 올해 50조원 가까이 늘어나 총 407조원에 달하고, 2014년에는 5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4년 국가부채 규모를 535조원으로 더 높게 잡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의 감면으로 지방재정 부실도 심각하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복지 수요와 급속한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의 자연증가분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다가올 통일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통일비용의 조달을 위해 통일세 신설 필요성을 거론하지 않았던가.

정부의 재정적자가 악화하는 가운데 복지예산과 통일 준비 등 돈 쓸 곳이 급격히 늘고 있다면, 세제정책의 지향점은 분명해진다. 효과가 불확실한 감세를 철회하고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의 과실을 독점한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검토해야 한다. 미래 재정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감세 논쟁은 탁상공론일 따름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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