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경쟁이 아이들의 잠재력을 죽인다는 확신에 극약 처방을 내리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대안학교나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경우다. 많은 부모들은 ‘학부모’ 역할에 한계를 느낀 탓에 경쟁에서는 뒤질지라도 아이들이 행복해지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학부모 역할을 포기한 이런 부모들이 의외로 성공할 확률이 높다. 아이의 행복을 지키려는 노력이 역설적으로 성공을 부른 셈인데, 그럴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아이의 성공을 위해 빚을 내서라도 사교육비 투자를 하고 온갖 고생을 무릅쓰는 학부모가 성공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아이를 경쟁으로 내모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이런 식의 압박은 자녀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평범한 아이들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공부를 회피하게 만드는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무리한 공부를 시도하게 되고 공부 피로감이 점점 누적되어 서서히 공부를 소극적으로 대하게 만든다. 아이가 공부를 사실상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공부하는 수동적인 공부 노동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반면에 경쟁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보호받게 되면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자신을 보호해주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에 답하기 위해 공부에 의욕을 보이게 된다. 경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기회와 계기를 쉽게 찾아내기 때문에 성공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의 학습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부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는 비록 성적이 좋지 않을지라도 공부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발전한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압박은 진정한 공부가 아니라 시험만을 위한 공부에 집착하게 만든다. 시험을 위해 공부하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게 되고, 시험이 끝나면 오직 쉬고 싶은 마음만 강해진다.
그러다 다시 시험이 다가오면 시험 부담을 안고 다시 어쩔 수 없이 공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공부에 대한 태도가 매우 부정적으로 형성되고 공부습관도 엉망이 되고 만다. 시험만을 위한 공부는 시험이 끝나면 공부한 내용을 기억할 필요가 없어져 쉽게 까먹게 되고, 이 결과 고학년이 될수록 소화해야 할 학습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시험에서 이기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하나하나 배우고 익히는 공부가 시간이 갈수록 학습부담이 줄어들어 시험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의 효과가 나는 것이다.
‘경쟁’을 압박해도 잘 이겨낼 수 있는 학생들이 분명 있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소수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대다수의 평범한 보통 학생들에게는 ‘경쟁’을 압박해선 안 된다. 제대로 공부해보지도 못하고 스트레스에 휩싸여 일찌감치 공부를 포기하게 만들 뿐이다. 심리적으로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공부를 계속 시키기 위해 사교육을 총동원하는 것은 사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와 다르지 않다.
경쟁에 강한 극히 일부의 소수 학생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다수의 평범한 보통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자신의 학습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계기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것이 자녀의 공부의욕을 빼앗기지 않도록 경쟁 스트레스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최선의 길이다.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극단적인 행동은 최근의 각종 청소년 사건사고가 경종을 울리고 있듯이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민국 학생들은 지쳐 있다. 정말이다. 특히 원래 소수일 수밖에 없는 최상위권 일부를 제외하곤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사회적인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그렇고, 성적으로 학생의 품격을 평가하는 학교가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에서 부모마저도 가세해 압박한다면 과연 우리 아이들이 당해낼 재간이 있겠는가.
최소한 가정에서 부모만이라도 가혹한 경쟁 압박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호해줘야 한다. 그래야 경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공부를 비롯한 자신의 삶을 정말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살아서 자신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내고, 그래서 행복해지기를 소망할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잘해서 부모님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 않은 아이는 없다.
그렇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괴로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진심으로 알아주고 믿어줄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자녀를 보호해주기 시작하면 자녀는 처음에는 경쟁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지 몰라도 고학년으로 갈수록 공부에 의욕을 보이면서 원하는 결과를 낼 것이 분명하다. 제대로 배우고 익힌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발생하는 자연스런 결과다. 당장의 경쟁을 포기하고 경쟁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때 결국 경쟁에서 이기고 마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굳게 믿기 바란다.
경쟁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면 봄볜?의욕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경쟁에서 이길 것을 압박하면 아이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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