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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외환은행 4조6000억에 인수 확정/ 'M&A 9단' 김승유, 집념의 역전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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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외환은행 4조6000억에 인수 확정/ 'M&A 9단' 김승유, 집념의 역전 홈런

입력
2010.11.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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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승부사다웠다. 갑작스런 '인수 추진' 발표로 전 금융권을 놀라게 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돼 결국 외환은행을 집어 삼켰다. 4대 금융지주사에서 밀려난다는 위기감도,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의 뒷말도 한 방에 털어버린 '역전홈런'인 셈.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집념에 금융권은 다시 한번 놀라고 있다.

M&A, 또 M&A

하나은행이 탄생한 것은 1991년. 정부방침에 따라 제2금융권 단자회사였던 한국투자금융이 하나은행 간판으로 바꿔 달았다. 초대 행장은 나중에 우리금융회장을 지낸 윤병철씨, 그리고 김승유 회장은 당시 전무였다.

대형 시중은행(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의 높은 벽 앞에서 '후발은행'꼬리표가 붙어 다니던 하나은행은 외환위기를 통해 도약의 전기를 맞았다. 98년 부실은행 정리과정에서 충청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99년엔 단자사 출신으로 같은 시기에 탄생한 보람은행까지 합병함으로써 본격적인 몸집불리기에 나섰다. 그리고 2002년 말에는 자신보다 몸집이 컸던 서울은행까지 인수, 마침내 대형은행 반열에 올라섰다.

김 회장은 이 모든 인수ㆍ합병(M&A) 과정을 주도했다. 은행권에선 그를 '치밀한 전략가'이자 '타고난 승부사'로 평하고 있다. 부드럽고 온화한 스타일이고, 최근 미소금융 탄생과정에서도 확인됐듯이 '따뜻한 시장경제' 신봉자이기도 하지만, 판단과 실행에 관한 한 철저하게 '냉정한 카리스마'라는 것. 2005년에는 대한투자증권(현 하나대투증권)을 인수하며 지금의 은행-증권-보험 체제를 갖춘 지주사의 기틀을 마련했다.

물론 좌절도 있었다. 2006년 외환은행 1차 인수전에서 국민은행에 패했고, 뒤이은 LG카드 인수경쟁에선 신한금융에 졌다. 잇딴 M&A 실패 이후 하나금융을 보는 시장의 시선은 싸늘해지기 시작했고, '은행권 빅4'에서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았다.

탁월한 전략

하지만 하나금융의 M&A 도전은 계속됐다. 민영화되는 우리금융,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갖는다는 전략. 하나금융 관계자는 "은행권에 대형 매물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이라며 "둘 중 하나라도 차지하지 못한다면 하나금융은 영영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시종 '1순위 우리금융, 2순위 외환은행'의 자세를 취했다. 물론 처음엔 우리금융 쪽에 '올인'했지만, 대주주였던 테마섹이 떠나면서 인수자금 조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진데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 회장의 친구관계를 감안할 때 아무리 투명한 절차를 밟는다 해도 결국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M&A전략은 중대기로에 놓이게 됐다.

김 회장은 고심 끝에 실무진에게 론스타와의 접촉을 비밀리에 지시했다. 하루빨리 한국을 떠나고 싶었던 론스타와 협상은 속전속결로 진행됐고, 결국 4조6,000억원에 협상을 끝냈다.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많은 우리금융을 고집하기 보다는 여러 면에서 기회 비용이 적은 외환은행으로 급선회한 것에서도 김 회장의 현실주의적 승부사 기질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하나금융은 신한지주를 제치고 우리금융과 KB금융에 이어 '빅3'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김 회장으로선 5번째 M&A의 성공(충청ㆍ보람ㆍ서울은행ㆍ대투증권)이고, 두 번의 실패(외환은행ㆍLG카드)끝에 따낸 결실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설립 20년 만에 과거 국내 은행권을 주물렀던 6대 시중은행 가운데 2군데(서울ㆍ외환)를 삼키는 기염을 토하게 됐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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