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가 '만리장성'을 뛰어 넘고 아시안게임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하는 경사를 누렸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22일 텐허경기장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3ㆍ4위 결정전에서 홈팀 중국을 2-0으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지던 중국을 2차례나 물리치고 시상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금메달에 버금가는 값어치를 지니는 동메달이다.
한국 여자 축구의 역사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축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비롯됐다. 육상 선수가 갑작스레 축구화를 신고 태극 마크를 다는 촌극이 벌어지던 시절,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중국에 0-8의 대패를 당했다.
설욕에는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아시안 게임에서 5차례 만난 중국에 번번이 패했다. 시상대에 오르지도 못했다. 중국과 일본, 북한이 버틴 아시아 여자 축구 판도에서 한국은 늘 변방에 머물렀다.
그러나 한국 여자 축구는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일신한 면모를 보였다.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한국은 중국과 120분간 득점 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8-7로 승리하며 조 1위를 차지했다. 공식 기록은 무승부로 남았지만 20년 만에 중국을 상대로 처음으로 웃어본 한판이었다.
4강전에서 북한에 1-3으로 패하며 금메달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태극 낭자'들은 불굴의 투혼을 발휘하며 중국을 꺾고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맞은 한국은 전반 2분 박은정의 스루패스를 받은 박희영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슛으로 중국 골문을 열며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37분에는 전가을의 침투 패스를 받은 '지메시' 지소연이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대회 5호골.
한편 뒤이어 열린 결승에서는 일본이 후반 29분 터진 이와시미즈 아즈사의 헤딩 결승골을 앞세워 북한을 1-0으로 꺾고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축구가 1990년 베이징대회에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준우승만 3차례에 그쳤던 일본은 북한의 3연패를 저지하며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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