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낙엽은 낭만의 전령이지만 도심에서는 수거와 폐기에 비용이 들어가는 천덕꾸러기 신세이기도 하다. 이런 낙엽이 '아이디어 행정'과 만나 귀한 대접을 받게 됐다.
서울 송파구는 5년째 은행잎은 한류 명소인 남이섬으로, 낙엽은 농가 퇴비용으로 각각 보내 연 1억원의 처리비용을 줄이고, 구 홍보 효과까지 톡톡히 보고 있다. 송파구는 ㈜남이섬 강우현 대표 요청으로 2006년부터 수거한 은행잎을 경기 가평의 남이섬으로 보낸다. 올해도 9일 첫 반출을 시작으로 총 200톤의 은행잎이 갈 예정이다.
남이섬 측은 섬 중앙에 늘어선 100m의 은행나무길에 가을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송파은행길'을 조성해 관광객을 맞고 있다. 이 곳은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배용준과 최지우가 첫사랑을 시작했던 촬영장 인근이다. 강 대표는 "연간 2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남이섬은 낙엽이 빨리 지고 유난히 가을이 짧아 아쉬움이 많았다"며 "송파구 은행잎의 보존 상태가 좋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일반 낙엽들은 내년 2월까지 경기도 일대 농장으로 보내져 친환경 퇴비로 활용된다. 2년째 송파구 낙엽을 공급 받는 이한훈(57)씨는 "밭에 넣고 갈아주면 통기성이 좋아 토양 보호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며 "동네분들에게도 나눠주는데 없어서 못쓸 만큼 인기가 좋다"고 밝혔다.
이 덕분에 송파구는 매년 1억원 이상의 처리비용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주창수 작업관리팀장은 "지난해 낙엽 844톤에 대한 처리 비용 8,800만원을 줄였다"며 "전국 각지 유기농 농장주들의 요구가 느는 추세"라고 밝혔다. 구는 올해부터 공동주택단지의 낙엽을 희망농장으로 연계하는 등 낙엽재활용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낙엽도 자원'이란 인식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광주시는 올해 관내 5개 자치구에서 수거 예정인 1,205톤의 낙엽을 퇴비로 활용해 2,470만원의 매립 예산을 절감할 계획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예전에는 낙엽을 전량 수거해 매립했지만 최근엔 퇴비로 만들어 쓰는 농가가 늘면서 서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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