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라면 누구나 시상대 꼭대기에 오르고 싶어 한다.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그 동안의 '지옥훈련'을 알찬 결실로 보상 받으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을 만끽한다. 1등은 아니지만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이들도 다음 대회를 기약하면서 굵은 땀방울을 다시 흘린다.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광저우 아시안게임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도전'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품에 늘 안겨 있는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좌충우돌' 7인제 여자럭비 대표팀의 '휴먼스토리'다.
대표팀 12명은 지난 6월 처음으로 선발전을 거쳐 첫 호흡을 맞췄다. 직업도, 사연도 제 각각이다. 인천 가람고교에 재학 중인 막내 채성은(17ㆍ대한럭비협회)부터 라디오 PD 출신인 맏언니 민경진(26ㆍ한국여자럭비클럽)까지 럭비의 '럭'자도 몰랐던 '외인부대'다.
그냥 럭비가 좋아서 시작해 5개월을 쉼 없이 달려 왔다. 국제대회 성적이라곤 7월 아시아선수권대회 4전 전패가 전부. 98년과 2002년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도하 대회 은메달을 획득한 남자 럭비대표팀에 비하면 '걸음마'를 막 뗀 수준이다. 그래서 애초부터 메달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1승만 하자." 여자 대표팀의 목표다. 광저우에 입성해 21일 광저우대학 스포츠타운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승후보 중국과의 '꿈의 데뷔전'. 1m 전진조차 어려웠다. '5년과 5개월.' 중국과 한국의 훈련기간이 말해주듯, 예상대로 0-51의 대패였다.
그러나 점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경기장을 빠져 나온 선수들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제 시작입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해준 선수들이 고마울 따름이죠." 문영찬(50)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의 등을 일일이 토닥거렸다.
대표팀은 22일 태국과 홍콩을 상대로 한 예선 2차전, 3차전에서 각각 0-48, 0-36으로 또 졌다. 그래도 포기는 없다. 23일 마지막으로 카자흐스탄과 인도를 상대로 꿈의 첫 승에 도전한다. 여자럭비가 금메달보다 값진 '1승'을 거두고 희망 찬가를 부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광저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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