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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이순신 동상 새로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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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이순신 동상 새로 만들 것인가

입력
2010.11.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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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이순신 동상의 고증이 올바른가 하는 의혹과 함께 동상을 새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래 전 정부는 각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동상 교체를 결정했으나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제기된 의혹이 동상을 교체할 만큼 타당한지 살펴볼 여지가 있다.

동상 교체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은 동상의 이순신 장군을 전쟁터의 장군으로 인식하고 있다. 칼을 오른 손으로 잡고 있어 패장으로 보이고, 갑옷 자락이 발목까지 내려가 전투를 지휘하는 장군의 모습으로 어울리지 않으며, 독전고(督戰鼔)가 누워 있어 용감무쌍하게 싸우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 등이다. 그러나 동상을 만든 김세중 작가는 전쟁에서 승리한 평화 시기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얼굴 모습이 현충사 영정과 다르다는 것도 오해다. 표준 영정은 동상 제막 5년 후인 1973년에 지정됐다.

무릇 기념상(像)은 작가의 주관적 해석보다 공공적 의미와 이념을 표현하는데 역점을 둔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작가의 의도를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가의 해석을 외면한 채 불확실한 의혹을 근거로 동상 교체를 결정한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

그간 두 가지 의혹이 추가되었다. 칼이 일본도이며 중국 갑옷을 입었다는 점이다. 작가 측은 현충사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의전용 칼을 모델로 실제보다 축소했다고 밝혔다. 이 칼은 길이 197.5㎝로 애초 일본도로 제작되었다. 장군의 칼이 일본도라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이지, 그것을 모델로 한 것이 문제될 수는 없다. 키를 웃도는 칼 때문에 장군이 왜소하게 보이지 않도록 칼 길이를 줄인 것도 조형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국 갑옷을 입었다는 의혹에 대해 작가는 "김은호 화백의 영정을 참조했고 복식 전문가 석주선씨의 고증도 얻었다"고 한다.

동상을 새로 만든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작가의 개성이 반영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누가 만들든 새로운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로댕의 발자크 상처럼 작가와 관객의 관점 차이로 논란을 일으킨 기념상은 수없이 많다. 게다가 이 동상은 어떤 이순신 동상보다 위엄 있고 조형적으로 탁월하다. 이런 동상을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예술성을 너무 쉽게 보는 오해이다.

동상을 새로 만들 경우, 그것을 그 자리에 다시 세워야 하는 이유도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시대가 바뀌었으므로 다른 동상을 세우자고 한다. 전국에 3000여 개로 추산되는 이순신 동상에 또 하나를 새로 만들어 보태는 것이 꼭 필요한 지도 의문이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광화문을 지키는 동안 한국 현대사의 일부가 되었다. 새로 만든 어떤 동상도 42년간의 우리들의 기억과 경험을 대신할 수 없다. 작업실 천장을 뚫어 동상을 만들고 구리가 없어 놋그릇과 놋숟가락을 녹여 주물을 한 것이나, 고증 의혹 때문에 교체될 뻔 했던 일도 역사적 자산이다.

지금 세계 도시들은 버려진 공장과 건물, 철로, 산업폐기물조차 없애지 않고 보전하거나 문화 공간과 도시 유적으로 바꾸어 놀라움을 준다. 아무리 나쁜 역사적 유물도 과거를 기억하고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보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을 복원하고 삶의 맥락을 살리는 것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곧 예술" 이라는 말처럼, 동상을 없애는 것보다 새롭게 조명해 가치를 찾아주는 일이 우리 시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전강옥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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