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가히 가수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배역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가수들의 출연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한 드라마에서는 5명의 가수가 무더기로 얼굴을 내민다. 현재 지상파 TV에서 방송 중인 드라마(단막극 제외)와 시트콤에서 가수가 한 명 이상 출연한 작품은 전체 20편 중 절반인 10편. 가수 두 명 이상 출연작은 6편, 세 명 이상도 3편이다.
지난 9월에는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이승기, KBS ‘성균관 스캔들’의 박유천, MBC ‘장난스런 키스’의 김현중, KBS ‘도망자 Plan.B’의 정지훈(비)까지 가수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네 편이 동시에 방송되기도 했다.
22일 첫 방송한 SBS 새 월화드라마 ‘괜찮아, 아빠딸’에는 5명의 가수가 출연하는데, 이중 4명이 연기에 처음 도전한다. 슈퍼주니어의 이동해, 포미닛의 남지현, 씨엔블루의 강민혁 등 아이돌 가수들이 연기 겸업에 나섰고, 베이비복스 출신 이희진도 연기자로 변신을 시도한다. 가수 강성은 2002년 시트콤 출연 이후 8년 만에 다시 연기를 선보인다.
‘괜찮아, 아빠딸’의 김영섭 CP는 가수들의 무더기 출연에 대해 “참신한 새 얼굴이 필요하기도 했고 방학을 앞두고 아이돌 가수들의 팬들을 (시청자로) 끌어들이겠다는 바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요즘 아이돌 가수들은 어려서부터 노래뿐 아니라 연기까지 소화할 수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훈련을 받기 때문에 연기력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며 “아이돌의 한계 수명을 알고 있는 기획사, 시청률 견인에 더해 출연 가수가 부른 OST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수익을 염두에 둔 제작사, 신선한 얼굴을 발굴하고자 하는 방송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발 더 나가 가수 지망생들의 성장담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선보인다. 내년 1월 KBS에서 방송 예정인 ‘드림하이(가제)’는 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노래와 춤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형 매니지먼트 회사인 키이스트와 JYP엔터테인먼트가 손을 잡고 만든 이 드라마에 2PM의 옥택연과 장우영, 미쓰에이의 배수지, 티아라 함은정, 아이유 등 아이돌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드림하이’의 곽기원 CP는 “현장에서 스타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제작에 참여한 만큼, 인성과 예능 교육을 동시에 소화하기 힘든 현실을 드라마에 녹여 드라마 속 학교처럼 이상적인 학교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노래와 춤을 다룬 드라마들이 영상에만 치중했다면 ‘드림하이’는 학생들의 꿈과 도전, 춤과 노래를 진짜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실제 가수들이 대거 출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최근 ‘슈퍼스타K 2’열풍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시청자들은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스토리에 반응한다”며 “다비치의 강민경이 톱 탤런트를 꿈꾸는 역을 연기하거나, ‘드림하이’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자신들의 성장기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도 엔터테이너로서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스토리를 만들고, 드러내기 위해서 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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