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청목회 수사를 계기로 파행을 거듭해온 예산 국회가 어제 민주당의 전격적 예산심의 참여로 일단 정상화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나 특검 도입 여부를 둘러싼 여야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4대강 사업 등 예산 쟁점도 여럿 남아 있어 순항 기대는 섣부르지만, 예산국회의 장기 파행 우려를 던 것만도 반갑다.
민주당의 결정은 적잖은 내부 진통을 겪어야 했다. 손학규 대표의 100시간 국회 농성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나는 데 대한 '내부 견제'가 작동, 한동안 강경 기류가 무성했으나 손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장외 투쟁 병행이라는 대안으로 강경론에 제동을 거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예산 심의보다 국정조사나 특검 도입을 앞세워야 할 분명한 이유를 국민에게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예산 심의 거부의 명분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예산 심의를 정상화하라는 여론의 요구가 우세한 가운데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에 동참했던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다른 야4당의 예산 심의 참여 움직임을 가로막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민주당의 결정을 자극한 셈이다.
민주당의 결정은 예산국회 파행의 책임을 벗는 동시에 원내외 투쟁의 불씨를 살렸다. 29일로 예정된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대회' 때까지 손 대표가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서명을 받고, 원내에서는 4대강 사업 등의 예산안을 따질 수 있게 됐다.
야당이 국회에 들어온 이상 앞으로 예산국회 순항의 책임은 다시 여당에게로 넘어갔다.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예산 심의 영역 밖의 지나친 정치공세는 외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적 요구가 실린 민간인 사찰 의혹의 규명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로 대응하긴 어렵게 됐다. 실효성 차원의 진지한 논란은 가능하겠지만, 논의 자체를 피하는 듯한 자세로 일관하다가는 언제든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번 국회 정상화가 모든 문제를 원내에서 풀어나가는 여야 논의 구조의 정착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바로 그 점에서 여당의 할 일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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