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골적으로 우라늄 농축 능력을 과시하고 나섰다. 최근 방북한 지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우라늄 농축시설인 원심분리기 2,000개를 가동 중이라고 밝히고, 영변의 일부 농축시설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 주장대로라면 1년에 핵무기 1, 2개를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이 가능하다. 북한이 이미 확보한 플루토늄 핵 폭탄에 이어 우라늄 핵 폭탄까지 손에 넣게 된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북한은 영변에 건설 중인 25~30MW급 시험용 경수로에 사용할 저농축 우라늄 생산시설일 뿐 우라늄 고농축용이 아니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원심분리기를 계속 가동해 우라늄 순도를 높이는 일은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믿기 어려운 주장이다.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머물던 지난해 4월까지는 없던 시설이다. 다른 곳에서 옮겨왔거나 단기간에 농축시설을 건설할 만큼 기술이 축적돼 있다는 뜻으로, 제 3의 곳에서 대규모 농축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태는 한층 더 심각하다.
물론 위기지수를 높여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한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미국 안팎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위협의 강도를 높였다고 곧바로 협상에 나서기는 어렵다. 우라늄 농축은 핵과 관련한 어떠한 활동도 금지한 유엔안보리 대북결의 1874호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어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사태는 압박 일변도를 고수하고 대화를 소홀히 하는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점을 알려준 측면도 있다. 북한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확실한 벌을 주되 핵 위협을 현실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중국에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급파한 데서 상황의 긴박성이 느껴진다. 그가 이번 순방에서 북핵 숙제를 푸는 해답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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