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노예로 고통 받는 네팔 여성 1만2,000여명을 구한 인권운동가 아누라다 코이랄라(61)가 미국 뉴스 전문 방송 CNN이 선정한 올해의 영웅에 올랐다.
CNN은 2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네팔 여성인권 구호단체인 마이티 네팔(Maiti Nepalㆍ'어머니의 집'이란 뜻) 대표 아누라다 코이랄라가 올해의 영웅에 뽑혔다고 발표했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은 CNN 올해의 영웅은 전 세계 100개국가에서 추천된 인사 1만명 가운데 9월 말 뽑힌 후보 10명을 대상으로 시청자들이 이달 18일까지 8주간 온라인투표로 선정했다.
코이랄라는 1993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마이티 네팔을 세우고 17년간 인신매매 피해 여성 1만2,000여명을 구제하는 데 헌신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인신매매는 악랄한 범죄고, 인류의 수치이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신매매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참여해달라고 호소한다"며 "우리는 딸들을 위해서 이 일을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팔은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 탓에 가정 폭력이 빈번하고, 노동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 초등학교 영어교사 출신인 코이랄라 자신도 피해자라고 한다. "(가족에게) 매일 폭행을 당했고, 세 차례나 유산했어요. 이런 일을 어디에다 신고해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에 매우 힘들었어요." 가족과 연을 끊은 그는 100달러인 월급으로 작은 가게를 차리고, 가정폭력과 인신매매로 버림 받은 여성들을 돕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 여성들이 늘자 그는 본격적으로 이 일에 투신했다. 그는 인신매매가 주로 자행되는 인도와 네팔 국경을 경찰과 함께 순찰하거나 사창가를 급습해 7~14세인 아이들을 구했다. 코이랄라는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마이티 네팔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게 함으로써 교육 및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했다. 마이티 네팔은 현재 인도-네팔 국경에 9개 시설을 추가 설치, 운영하고 있다.
코이랄라는 "인신매매 대부분은 주변에 사는 이웃이 '딸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선해 주겠다'고 가족들을 속이면서 이뤄진다"고 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200달러(2009년 미국 CIA 추정)일 정도로 빈국인 탓에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빚을 갚으려 부모들이 자신의 딸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매년 네팔 소녀 1만~1만5,000명이 네팔 지주나 인도로 팔려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 성 노예로 팔려간 여성의 피해규모만 3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으로부터 상금 2만5,000달러(한화 2,800만원), 마이티 네팔 지원금 10만달러(1억1,250만원)를 받는 코이랄라는 "상금을 받음으로써 더 큰 책임을 맡은 듯하다. 여러분도 이 일에 동참해 다음 세대를 이끌 어린이들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