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22일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가 “한미 간에 고려된 적이 없고 구체적 협의도 진행되지 않는 원론적 수준의 발언”이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북한의 우라늄탄 개발과 맞물려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전술 핵무기 재배치는 남북이 핵무기 대결 구도로 치닫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동시에 막다른 충돌로 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1991년 남북비핵화공동선언 이후 북핵 폐기를 적극 주장해 온 남한도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송두리째 잃을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핵 균형 차원에서 전술 핵 배치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잃는 게 많아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미국의 세계 전략에 역행한다. 미국은 91년 9월 당시 조지 H 부시 정부가 취한 일련의 핵 감축 정책에 따라 전술 핵무기를 철수했고, 현 버락 오바마 정부도 핵 없는 세상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특히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핵 질서를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의 부담도 너무 크다.
또한 현재 한미 양국 간에는 확장적 억제전략에 따른 안보 체제가 구축돼 있다. 한국이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가 공격을 받은 경우와 동일한 전력 수준으로 응징한다는 개념이다. 전술 핵 배치를 제외한 최고 단계의 대비 태세다. 굳이 전술 핵을 배치해 북한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
한 군사 전문가는 “전술 핵 배치는 결국 미국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걸림돌이 많아 현실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 장관이 문제를 제기한 시점이 공교롭다. 한미 양국은 다음 달 확장억제정책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달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한 사항으로 김정은 후계 체제 등 북한의 불안정성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따라서 이때 전술 핵 문제가 정식 의제가 아니더라도 낮은 차원에서 거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정부는 이 같은 관측을 부인하고 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다음 달 한미 간의 위원회는 확장억제 제공 공약의 실효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열리는 협의체로 전술 핵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한반도 주변국을 자극해 지지부진한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김 장관이 의도적으로 전술 핵 재배치 문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