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온상으로 전락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다른 별도 목적의 모금단체를 설립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존 공동모금회는 투명성을 강화해 그대로 존손토록 하되 수요가 늘고 있는 의료 구제 목적의 모금단체를 따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모금단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유일한 법정모금단체인 공동모금회 감사 결과, 각종 부정과 비리가 드러남에 따라 모금단체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가칭 의료구제모금회를 내년 상반기까지 출범시키기로 겠다. 성금의 대부분을 복지 분야에 쓰는 현행 모금 체계에서는 의료 부분에 대한 지원이 취약한 만큼 민간 분야의 나눔 문화 확산과 배분을 체계적으로 담당할 의료구제모금회를 세우겠다는 게 복지부의 생각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공동모금회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할 방침이다. 모금단체 복수화를 위한 개정안은 독점 체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이미 지난해 국회에 제출됐지만 복수화 실효성에 대한 여야 간 이견으로 그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다가 최근 공동모금회 비리 파문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법안에 찬성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모금단체가 쪼개지면 힘이 약해져 정부 간섭이 커질 수 있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해 왔다.
의료구제모금회는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초 국회에 개정안 제출한 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모금회와 동일한 세재 혜택을 받게 된다. 개정안에는 다른 모금단체에 성금을 기탁할 경우에도 현재의 공동모금회와 마찬가지로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공동모금회에 성금을 기탁할 경우 개인은 100%, 법인은 5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의료구제모금회 설립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1998년 공동모금회법 제정에 따라 모금단체가 하나로 일원화하기 이전에 겪었던 부작용이 심했기 때문이다. 당시 모금단체 난립에 따른 경쟁 심화로 성금 기탁자인 국민과 기업들이 중복 기탁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효율적 모금 운용과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었다.
반면 이번 의료구제모금회 설립 방안의 경우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경쟁 폐해는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쟁이 심할 경우 폐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의료구제모금회 같은 기능별 모금단체가 생겨날 경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공동모금회 비리와 관련,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인적 쇄신을 단행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 제고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인적 쇄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21일 비리 사실이 공개된 뒤 서울 정동 공동모금회 사무실에는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으며, 홈페이지도 접속자 폭증으로 한때 마비됐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