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전략기획실, 계열사 사장단으로 이어지는 삼성 그룹의 3각 편대가 부활한다. 3각 편대는 이 회장의 경영 방침을 전략기획실이 다듬어 전달하면 계열사 사장단이 집행하는 구조로 삼성 경영의 핵이었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사라진 전략기획실이 연말에 그룹 조직을 새로 꾸리면서 2년 만에 부활해 3각 편대를 다시 갖출 전망이다. 그만큼 삼성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3각 편대 부활은 전략기획실의 복구에서 시작된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명칭과 인력 등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이 새로 만드는 그룹 조직이 전략기획실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신설 조직은 전략기획실의 부활로 보면 정확하다"며 "예전 삼성이 진취적 모습을 보였던 3각 편대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1959년에 만든 고 이병철 전 회장의 비서실이 전신이다. IMF 시절 구조조정본부로 바뀌었으나 2006년에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엑스파일 사건 등이 터지면서 전략기획실로 축소 전환됐다. 인력은 약 150명에서 99명으로 축소됐으나 회장 보좌, 계열사 업무 조정, 자금 총괄관리 등 핵심적 역할을 그대로 유지해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군림했다. 그러나 전략기획실은 삼성 특검 이후 차명계좌와 주식 등으로 이 회장의 자금을 관리, 운용하는 부정적인 모습이 부각되면서 2008년 4월에 이 회장 퇴진과 함께 전격 해체됐다.
이후 삼성은 계열사 사장단의 자율경영체제로 전환했으나 대규모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 관계자는 "마치 선장과 사령탑 없는 배처럼 경쟁이 심한 글로벌 경영 환경을 헤쳐나가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스마트폰 진출 시기를 놓치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전략기획실의 부활은 위기 의식의 발로다. 이 회장이 "지난 10년 간 21세기 변화에 대비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며 "미래를 위해 그룹 전체의 힘을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고 지시한 것과 일맥 상통한다.
따라서 신설되는 전략기획실은 과거 비서실 형태에 신성장 전략 수립이라는 새로운 역할이 더해진다. 과거 비서실에서 이 회장의 신경영을 보좌하고 삼성SDI에서 2차전지와 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낸 김 부회장이 신설 조직의 수장을 맡았다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전략기획실을 시작으로 삼성의 3각 편대가 부활하면 우선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 회장이 3월에 복귀했으나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파편화된 계열사 사장단을 통해 일사불란한 경영 지침을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당연히 대규모 투자 시점 결정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신속한 대응도 가능하다.
또 그룹의 장기 전략 등 미래 신성장을 위한 밑그림 설계도 가능할 전망이다. 임기 2~3년의 계열사 사장단이 미래 장기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같은 한계와 공백을 이 회장과 전략기획실로 이어지는 컨트롤타워가 보강한다는 것이 3각 편대의 핵심이다.
그만큼 이 회장이 경영 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의중이 김 부회장과 전략기획실을 통해 각 계열사에 반영될 것"이라며 "인사 등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후계 구도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전략기획실을 통한 이 회장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 부사장도 "회장님이 중심에 있는 만큼 이번 인사의 핵심은 내가 아니다"라며 "끊임없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생각에 젊은 조직을 강조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과거 전략기획실이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의 해소다. 각 그룹의 전략기획실 조직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폐해를 일으킨 재벌들의 선단식 경영을 떠올리는 상징이기도 하다. 비자금 조성 등이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삼성이 신설 전략기획실의 역할 중 신사업 기획에 무게를 두는 것도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새로운 성장동력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명칭이나 조직 구성, 인력 등이 과거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3각 편대는 다음달 15~18일 사이로 예정된 그룹 사장단 인사 및 신설 조직 발표와 함께 대략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딱히 시점을 못박지는 않았지만 사장단 인사와 함께 신설 조직의 윤곽이 나올 수도 있다"며 "신설 조직은 신사업 발굴 육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