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뛰기가 육상 '필드 종목' 중심을 향한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육상 필드 종목에서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은 선사했던 게 바로 멀리뛰기라는 사실을 아는 팬들은 많지 않다. 1954년 마닐라 대회에서 육상 첫 금메달이 나왔다. 트랙 종목인 남자 1,500m와 1만m에서 최윤칠, 최충식이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제2회 마닐라 대회까지 육상 필드 종목에서는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4년 뒤 도쿄 대회에서 서영주가 남자 멀리뛰기 아시안 정상에 오르면서 필드 종목 첫 금을 신고했다.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갖췄던 멀리뛰기는 1982년 대회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김종일이 제9회 뉴델리 대회 남자 멀리뛰기에서 '금빛 도약'에 성공했다. 당시 육상에서 단 4개의 금메달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멀리뛰기 금메달은 값진 쾌거였다. 아시아무대를 호령했던 멀리뛰기는 이후 침체기에 들어섰다. 육상 필드 종목에서 높이뛰기와 투창 종목에 철저히 밀렸다.
그러나 멀리뛰기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유력한 금메달 종목으로 분류되면서 필드 종목의 유일한 금빛 희망이 됐다. 여자 멀리뛰기의 간판 정순옥은 올해 최고기록 6m48을 기록하며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정순옥은 23일 광저우 아오티 주경기자에서 열린 여자 멀리뛰기 결선에서 6m53을 4차 시기에 성공하면서 정상에 우뚝 섰다. 여자 도약 사상 첫 금메달이었다.
멀리뛰기는 '노골드' 위기에 놓인 한국육상을 살리기도 했다. 한국 육상은 2006년 도하 대회 남자 창던지기에서 박재명이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광저우 대회에서도 금맥을 이어가길 바랬던 한국 육상은 금메달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하면서 큰 우려를 낳았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남자 경보 20km의 김현섭(삼성전자)이 동메달에 그쳤고, 기대를 모았던 남자 100m와 남자 400m 계주에서도 잇따라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울상이 됐다. 하지만 전날 남자 장대높이뛰기 은메달에 이어 여자 멀리뛰기에서 첫 금사냥에 성공한 한국 육상은 자존심을 지키게 됐다.
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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