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유례 없이 '깨끗한 인사'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안에 이뤄질 경무관 인사를 앞두고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치안감 승진으로 인한 결원 등으로 승진 폭은 예년보다 5, 6명 많은 16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여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달 말 "인사에 있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청탁을 근절해 인사정의를 구현하겠다. 청탁자는 명단을 공개하고 승진과 보직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전 경찰관에게 보냈다. 또한 최근에는 경찰청 소속 총경 중 업무성과 상위 30%에 든 12명의 실명과 등수를 내부망에 공개하면서 "인사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청탁을 배제하고 업무성과를 기준으로 최대한 깨끗한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업무성과 우수자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본청을 비롯해 16개 지방청과 3개 부속기관에 근무하는 총경 494명 중 136명에 달한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조 청장 측근에 대한 줄대기'설이 나돌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조 청장이 총애하는 측근 2명이 경무관 승진 대상자 명단을 보고하는 등 인사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측근들에 대한 줄대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측근으로 지목된 간부는 "경찰청에도 자체 인사시스템이 있는 데다 조 청장이 인사를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하는 성격도 아니라고 알고 있다"면서 "성과평가 우수자 명단에 들지 못한 사람들이 지어낸 말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측근으로 지목된 간부도 "내가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줄대기 설의 진위를 떠나 업무성과 우수자 명단 공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경찰 간부는 "490여명의 총경 중 경무관 승진자는 매년 10여명에 불과해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데 업무성과 우수자 명단까지 공개해 경쟁을 과열시킨 것은 잘못"이라며 "인사결과에 대한 논란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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