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식사지구 재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수사 착수 두 달 만에 드디어 본 궤도로 올라섰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이 지역 개발사업을 맡은 시행사 대표가 구속되면서, 애초 이 사건의 본류였던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향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칼을 겨누는 모양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D사 대표 이모(48)씨를 사업비 47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1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일 구속했다. 이씨는 사업 관련자들한테서 부정한 청탁과 함께 19억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정ㆍ관계의 마당발이자 이번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인물로 통하는 이씨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은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20층 이상 고층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했던 식사지구가 부대이전 및 고도제한 완화로 재개발이 허용되는 과정에 이씨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D사 압수수색과 함께 이 사건 공개수사가 시작된 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이씨의 로비대상으로서 전ㆍ현직 여야 의원들의 실명이 거론돼 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검찰은 "시행사 대표 조사도 안 했다. 지금 떠도는 얘기는 모두 소설"이라며 선을 그었다. 비자금 조성 경위와 방법, 곧 '입구' 조사가 먼저라는 말이었다. 따라서 검찰이 이씨를 구속한 것은, 이제 비자금의 사용처, 즉 '출구'로 수사의 무게중심이 옮겨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뇌물 수사에 있어 결정적인 것은 공여자의 진술이다. 검찰이 그 동안 확보한 정황 증거나 물증 등을 바탕으로 정ㆍ관계 로비와 관련한 이씨의 입을 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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