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하나 치르고 나면 곧 다른 시험이 다가오는 고등학생이 된 것 같다."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만모한 싱(78) 인도 총리가 20일 자신을 둘러싼 비리의혹에 대해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고 21일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부패 공화국 인도에서 '미스터 클린'으로 불리며 인기를 구가하던 싱 총리가 통신 주파수 스캔들로 위기에 처했다. 이 스캔들은 2008년 2세대(2G) 통신주파수 할당 입찰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헐값에 주파수를 기업에 넘겨 준 것인데, 인도 감사원은 이로 인해 40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도 사상 최대 비리의 파문은 이제 싱 총리의 정치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싱 총리가 담당 장관에 대한 정치권의 조사요구를 묵살하고 16개월이나 침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마저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의회는 공방 때문에 아예 휴회했다.
외신들은 이런 권력형 비리 외에도 부정부패가 인도의 고질이 되면서 전화를 놓거나 입학허가에까지 뒷돈 없이 되지 않는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민들을 중심으로 부패 척결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의식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부패관행을 털어놓는 사이트 '나는 뇌물을 바쳤어요'가 인기를 끌고 있고, '다섯번째 기둥'이라는 단체는 0루피짜리 지폐를 인쇄 배포하면서 탐욕스러운 관리에게 건네주라는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유력 정치인인 집권 국민회의당 소냐 간디 대표는 "경제는 급성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도덕성은 오그라들고 있다"며 인도사회 타락을 질타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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