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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마라톤 400회/ 가족의 情 일깨워주고… 교통사고 후유증 없애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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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마라톤 400회/ 가족의 情 일깨워주고… 교통사고 후유증 없애주고…

입력
2010.11.2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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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회 한국일보 거북이 마라톤에 참가한 박병선(76), 이종연(69ㆍ여), 이기백(54)씨는 21일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사회를 본 '뽀빠이' 이상용(67)씨가 이들 세 사람을 직접 호명하며 연단으로 불러 각 50만원 상당의 건강검진권을 전달한 것. 이들은 1978년 5월21일 첫 대회부터 33년 동안 빠짐없이 참가한 거북이 마라톤의 산증인이다. 이상용씨는 "이 분들은 사실 너무 건강해서 검진권이 필요 없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복 차림에 갓을 쓰고 나온 박씨는 이날 새벽부터 서대문구 남가좌동 집을 나와 남산까지 걸어왔다. 거북이 마라톤에 개근한 이유에 대해 박씨는 "남산은 대한민국에서 운동하기 가장 좋은 곳 아닙니까. 걷기의 참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거북이 마라톤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죠"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이종연씨는 언뜻 봐서는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정정했다. 이씨는 1980년대 한국일보에서 나눠준 빛 바랜 기념배지를 보여주며 "한 때는 우리 가족이 21명이나 참가했을 정도로 거북이 마라톤은 내 삶의 일부"라고 말했다. 22살 때부터 거북이 마라톤에 참가했다는 이기백씨도 '이 정도 추위쯤은 아무 것도 아니란 듯' 반팔 차림으로 돌아다니며 건강을 과시했다.

또 다른 참가자 임채호(72)씨는 "거북이 마라톤이 죽어가던 나를 살렸다"고 옛일을 회상했다. 임씨는 교통사고로 몸을 가누기 힘든 때가 있었지만 30년 가까이 꾸준히 참가한 덕에 지금은 마라톤 풀코스를 281회나 완주할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이날 행사에는 부부 및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유난히 많았다.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가 팔짱을 끼고 다니는가 하면, 부모와 자녀가 손을 꼭 잡고 산행에 나서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였다. 중학생 딸과 함께 참가한 유정수(45)씨는 "거북이 마라톤에만 나오면 평소 아빠에게 서먹했던 딸도 마음의 문을 쉽게 연다"고 귀띔했다. 10년 넘게 남산을 찾았다는 권재철(74)씨도 "아무리 심하게 부부싸움 해도 여기만 오면 금새 풀린다"며 부부애를 과시했다.

거북이 마라톤은 서울 시민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날 여섯 살 딸과 인천에서 왔다는 박지희(34)씨는 "소문 듣고 아침 일찍 자는 아이를 깨워서 찾아왔는데 역시 오길 잘 했네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대회에는 수도권에서 온 시민들 외에 서울 거주 외국인들도 상당수 참가해 도심 속 가을 산행의 정취를 만끽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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