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낸 지도자의 얼굴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조은신(46ㆍ경희대) 여자 양궁대표팀 감독은 2009년 말 여성 지도자로는 최초로 대표팀을 맡았다. 유수정 계명대 감독도 대표팀 코치로 선임돼 여자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모두 여자로 꾸려졌다.
사실 조 감독은 성적 압박에 시달렸다. 만일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면 '첫 여성 지도자' 발탁이 실패로 끝나 후배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조 감독은 세트제가 도입되는 등 국제적인 룰이 변한 상황에서 발 빠른 대처가 필요했다. 여자 선수들을 더욱 강인하게 단련시키기 위해 조 감독은 해병대와 경정장, 잠실야구장 등에서 이색훈련을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번지점프와 해병대의 지옥훈련, 총쏘기 훈련들은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로 고됐다. 조 감독은 언니 같이 편하게 선수들에게 접근했고, 이는 단결력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았다.
1987년 강화여중 코치로 지도자에 입문한 조 감독은 중ㆍ고ㆍ대학 코치를 역임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태극궁사'를 이끌며 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성적에 대한 심한 부담 때문에 인터뷰도 거절해왔던 조 감독은 금메달이 결정되자 눈시울을 붉히며 선수들과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그는 "여성 첫 지도자라 부담이 컸는데 금메달을 따니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2차 슛오프에서 "즐거운 것만 생각하라"고 주문했던 조 감독의 믿음은 10점, 10점, 10점으로 이어졌다. 그는 "중국에 진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중국 선수들이 단체전에 집중력을 발휘해 깜짝 놀란 건 사실이다. 첫 번째는 거침 없이 쏘는 선수, 다음은 경험 없지만 편하게 쏠 수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경험 많고 자기 자신도 이길 수 있는 선수를 내세운 게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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