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유럽 미사일방어(MD)시스템 구축에 협력하기로 동의했다. 냉전시대 총부리를 겨눴던 양대 진영이 공동 방어망 구축에 합의한 것이다. 러시아와 나토는 19, 20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하고 러시아는 나토가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과거 두 적국이 함께 미사일 방어망을 만들게 됨에 따라 안보관계에 있어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을 포함한 28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이날 정상회담을 마치며 "러시아는 더 이상 막아내야 할 위협이 아니며 이란 등 외부의 공격에 함께 맞서는 잠재적인 동맹"이라는 데 뜻을 함께 했다고 전했다. 영 BBC방송은 조지아(그루지야) 전쟁(2008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가 참여한 나토회담에서 "진정한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나토 회원국을 보호하기 위한 유럽 MD는 2020년까지 완성될 예정이며 비용은 2조6,000억 달러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를 적이 아닌 파트너로 본다"며 나토와 러시아의 합의에 박수를 보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긴장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정보 공유에 있어 완전한 파트너로 대우받지 않는다면 (MD 구축을)함께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미러 정상은 20일 나토 정상회담이 끝난 후 각자 비행기에 오르기 전, 전격적으로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AF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제의로 15분 가량 회담이 진행됐으며, MD는 물론 양국의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며 백악관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나토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2014년 말까지 아프가니스탄 치안유지권을 아프간 당국에 이양하는 내용의 아프간 출구전략을 승인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20일 "2014년 이후에도 나토군이 치안 유지 임무에 투입될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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