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기업 CEO들이 술자리에서 한다는 건배사가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이라는 얘길 들었어요. 건배사는 행사 분위기를 좌우하는데 이걸 지위 높은 사람들이 단체로 외치는 장면을 그려보세요. 씁쓰레하지 않나요?"
스타 강사이기도 한 김미경(46) 아트스피치 원장이 상황에 적절한 건배사와 조언을 담은 책 (21세기북스)를 최근 펴냈다. 그는 "건배사가 초등학생 수준의 유치한 축약어나 엉터리 삼행시가 많다"며 "건배사 문화를 바꾸기 위해 책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음의 강약 등 음악의 특징을 스피치 분야에 응용한 '아트 스피치'교육법을 개발해 화제를 모은 김 원장은 2008년부터 300명의 오피니언 리더를 상대로 화술을 강의하면서 건배사로 인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여러 번 들어야 했다. '성행위(성공과 행복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외쳐 모든 참석자의 얼굴을 붉히게 만든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즉석 스피치 중 건배사가 제일 겁난다"며 고민을 털어놨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건배사는 어떤 것일까. 김 원장은 상대방과 교감할 수 있는 리더십, 즉 참석자의 마음을 아우를 수 있는 스토리를 꼽았다. "시골에서 혈혈단신 상경해 대합실에서 잠을 자면서도 희망을 놓치지 않았던 중소기업 사장이 있어요. 그래서 이 분은 자신만의 건배사로 '인생직진'을 외칩니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수십 수백 명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화산 같은 자작곡이어야 해요."
송년회 시즌이 다가오는 연말 추천해 주고 싶은 건배사를 묻자 그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구절이 있는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라는 시를 꺼냈다. "겨울이 되면 저는 한 해 동안 뜨겁게 보냈는지 생각해요. 추운 겨울 따뜻한 연탄처럼 '뜨겁게'(선창) '사랑하자'(후창)라고 외쳐보면 어떨까요."
김 원장은 책 출간을 기념해 29일 임페리얼팰리스호텔에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 고승덕 국회의원, 성우 배한성 등 저명인사 200명이 참석하는 '건배사 배틀' 행사를 연다. 참석자들이 즉석에서 건배사를 외치면 심사위원이 심사해 우승자를 가리는 이벤트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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