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박진아(36)씨는 늘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일상의 순간들을 찍는다. 그리고 그 속의 장면들을 재구성해 캔버스 위에 옮겨 그린다. 마치 덜 그린 듯 흐릿한 그의 그림들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이 묘하게 마주친다.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씨의 개인전 제목은 ‘스냅라이프’. 사다리에 올라가 미술 작품을 거는 스태프,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 미술관 바닥에 자리를 잡은 채 영상 작품 상영을 기다리는 관람객 등 미술계 안팎의 다양한 풍경들이 그림 속에 담겼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먹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개인의 모습을 포착한 그림도 자주 눈에 띈다. “여럿이 있는 중에도 먹는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순간에 나타나는 쓸쓸함이 흥미로웠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의도를 가지고 촬영한 사진들이 아니기 때문에 우연히 찍힌 장면을 발견하는 일이 많다. 리얼리티가 담긴 사진의 순간성을 회화로 옮김으로써 새로운 의미와 지속성을 부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올해 박씨는 주로 실험적인 영상ㆍ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뽑는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에 화가로는 처음 후보에 올라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나와도 여전히 책을 읽는 것처럼 오래된 매체라고 해서 꼭 보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회화가 여전히 충분한 표현력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2월 19일까지. (02)737-7650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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