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내년 예산안의 법정 시한(12월 2일) 내 처리가 난망한 상태다. 헌법 54조는 회계연도 개시일(1월1일) 30일전에 예산안을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회는 이를 다시 어길 태세다.
1988년 13대 국회부터 현재 18대 국회까지 22년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이 지켜진 경우는 단 6번뿐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기록만 놓고 보면, 국회는 대선이 있던 2002년에 단 한 번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에 처리했을 뿐 모두 시한을 넘겼다. 2002년은 여야가 대선에 집중하기 위해 모든 안건을 빠르게 처리하고, 정기국회를 11월에 사실상 마무리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대선의 경우엔 이 같은 관행도 지켜지지 못했다.
법을 준수해야 하는 국회가 매년 헌법을 위반하는 사태가 습관처럼 계속되면서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먼저 국회 일정에 대한 전반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 대립으로 인한 예산안의 심의 지연도 문제지만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의가 예산안 심사 기간과 맞물리면서 예산안 파행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회 예결위원장인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은 현행법상 9월 정기국회에 열리는 국정감사를 6월 국회로 옮기고 6월 국회 기간을 7월 15일까지 연장해 결산까지 마무리하는 내용의 국정감사법과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 위원장은 “예산심의 기간이 국정감사 이후인 정기국회 막판에 몰려 돌출 현안 등의 발생으로 제대로 된 심의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예산 국회 100일 동안에는 예산만 심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상시 국정감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처럼 3주간 모든 상임위가 동시에 국감을 하는 대신, 평상시에 상임위별로 국감을 실시해 쫓기듯 예산안 심사를 할 여지를 없애자는 것이다.
이 밖에 예산안 심의 기간도 우리나라의 예산안 심의 기간이 60일로 미국(240일)이나 영국(120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아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국회 일정 조정과 예산안 심의 기간의 확대 등 제도적 접근과 동시에 이를 운영하는 정치권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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