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원심분리기 수백 개를 전격 공개한 것은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우라늄 카드를 공개한 과정만 봐도 이런 점이 드러난다.
북한이 미국의 저명한 핵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을 통해 우라늄 농축시설과 원심분리기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헤커 소장을 통해 핵 관련 정보를 알려 준 바 있다. 북한은 헤커 소장을 초청할 때마다 자체 생산한 플루토늄 샘플을 보여주거나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확인시켜줬다.
국제사회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제조하기 위한 핵심 장비인 원심분리기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이라는 두 가지 방식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 당국 역시 북한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핵 개발 기술을 갖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보 당국은 현재 북한이 우라늄 농축 기술을 갖고 있으며, 플루토늄 40여㎏을 확보하고 일부 개발된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핵무기 1기를 만드는데 플루토늄 6,7㎏이 필요하기 때문에 핵무기 6~8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 2,000개를 설치해 가동 중이라고 미국 전문가에게 설명함에 따라 핵폭탄 제조 기술과 능력이 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에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농축 우라늄 20㎏급의 핵무기를 연간 1기 생산하려면 1,000개의 원심분리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연간 2기의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우라늄탄은 플루토늄탄에 비해 훨씬 은밀하게 제조돼 이전될 수 있는데다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며 “북한에는 질 좋은 천연 우라늄이 대량 매장돼 있어 원료 공급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또 핵무기를 장거리 로켓에 탑재하기 위한 소형화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능력이 알려지면서 제3차 핵실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산케이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새로운 갱도를 건설하는 등 제3차 핵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풍계리 일대를 포함해 항상 북한 핵시설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관련국들과도 긴밀히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북한이 핵 실험이란 무리수를 두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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