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지그프리드 헤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면서 원심분리기 2,000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사실이 21일 전해지자 청와대와 정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은 안보리 결의 1874호, 6자회담 9∙19 공동성명 등 국제사회와의 합의를 위배하는 것”이라며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공동대응을 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향후 대응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부처들도 분주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외교부 북핵문제 담당자들은 이날 하루 종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대책회의를 가졌다. 정부는 북한의 주장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새 북핵 위기가 조성될 정도로 파장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눈치였다.
외교부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만약 우라늄 농축에 대한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북한은 6자회담 관련국들 및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자제하고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라늄 농축은 북한이 핵 물질을 얻는 두 개의 루트 중 하나로서 그 동안 많은 우려와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며“북측 등에서 흘러나온 얘기로 볼 때 지난해 4월 이래 (우라늄 농축과 관련한) 작업을 해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과 북한의 우라늄 농축 관련 기술력 등을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정부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반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동 대응 행보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듯하다. 김성환 외교부장관은 21일 밤 방한하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22일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위 본부장도 보즈워스 대표와 조찬회동을 갖은 뒤 곧바로 방중,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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