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현행 2,500원인 방송 수신료를 3,500원으로 올리기로 의결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의 요구를 여당 추천 이사들이 수용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검토와 국회 의결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KBS는 30년 숙원을 이뤄 연간 2,200억원을 더 확보하게 된다.
수신료 인상을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국민 부담이 늘어나지만, 광고수익에 매달린 KBS의 기형적인 재원구조를 해소하고, 다가올 디지털 방송시대를 준비하고, 난시청 해소와 소외계층을 위한 보편적 방송서비스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공영방송을 스스로 시청률의 노예로 만든 2TV의 광고비율(40%)은 그대로 두고, 국민 돈으로 수익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수신료를 인상하는 대신 광고를 줄여 일본 NHK와 영국의 BBC처럼 고품격 프로그램의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이 무색하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는 광고와 수신료를 모두 챙기겠다는 얄팍한 속셈으로 비친다.
KBS 이사회는 수신료 인상을 놓고 5개월 동안이나 갈등을 거듭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2TV 광고비율 축소 또는 폐지를 전제로 한 수신료 인상은 새로 도입될 종합편성채널의 광고수익을 늘려주려는 방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해왔다. 이번 결정으로 그런 오해는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공영방송 KBS의 방만하고 기형적인 구조를 바꿀 기회를 잃게 됐다.
물론 KBS는 수신료 인상을 계기로 공영성을 더욱 강화하고, 경비 절감과 구조 개편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이런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을 시청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호의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빈말로 들리기 십상이다. KBS는 올해 들어서도 이런저런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조직의 공룡화, 보도의 공정성과 프로그램의 공영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수신료 인상의 필수 전제조건은 참다운 공영방송으로의 환골탈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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