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빠지지 않는 화제가 하나 있다. 차영 당 대변인과 전현희 원내대변인. 두 여성 대변인간의 미묘한 경쟁 관계, 보이지 않는 알력에 관한 얘기다.
지난달 29일 차 대변인이 임명된 이후 두 사람이 같은 날 같은 주제로 브리핑에 나선 경우가 꽤 있었다. 5일에는 총리실 대포폰 사용 의혹, 아랍에미리트(UAE)파병 문제, 10일에는 UAE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평이 공교롭게 겹쳤다. "뭔가 두 사람 사이에 조율이 되지 않고, 서로 경쟁한다"는 얘기가 퍼져나갈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다 두 사람의 정치적 배경도 묘하게 대비된다. 전 원내대변인은 치과의사, 변호사 출신 비례대표 초선으로 박지원 원내대표가 8월에 임명했다. 서울 양천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차 대변인은 손학규 대표의 핵심 측근이다. 차 대변인도 18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거론됐지만 최종 리스트에는 올라가지 못했었다.
결국'손학규 사람 대 박지원 사람', '원외 지역위원장 대 원내 초선' 등으로 두 사람 사이엔 경쟁의 선이 그어져 있다.
이러다 보니 의원들 사이에서도 "당 차원에서 역할 조정을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의원은 "결국 당의 얼굴은 당 대변인 만큼 차 대변인이 주가 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다른 의원은 "현안 중에 원내사항 아닌 게 뭐가 있냐"며 전 원내대변인을 옹호했다. 실제 당 비공개 회의에서도 두 대변인의 역할 분담을 놓고 조심스런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런 시각에 손사래를 친다. 전 원내대변인은 15일 "대변인으로서 당을 좀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두 사람이 모두 열심히 한다"며 "둘 사이는 아무 문제 없다"고 밝혔다. 차 대변인도 "여성끼리 경쟁할 게 뭐가 있느냐"며 웃었다.
이동현 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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