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컨트롤타워 수장에 김순택 임명]진취적 도전 강조 그룹 또다른 변화 예고이재용 시대 여는데 큰 역할 할 듯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이 삼성의 새로운 그룹 조직(전략기획실 또는 구조조정본부)을 맡게 됨에 따라 삼성이 또 한번 크게 변할 전망이다.
사실 그는 그동안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가장 앞장서서 발굴해 온 개척자다. 김 부회장은 1999년부터 10년 동안 삼성SDI 사장을 지내면서 회사를'굴뚝산업'의 대명사에서 첨단 기업으로 변모시킨 주역이다. 주요 생산품이었던 TV 브라운관이 사양길에 접어들었을 때 2차 전지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의 신성장 동력을 새롭게 발굴해 냈다. 김 부회장의 혜안 덕에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삼성SDI는 앞날이 유망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동시에 삼성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인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을 맡게 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는 삼성이 5월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ㆍ제약, 의료기기 등의 5개 신수종 사업을 선정, 발표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 부회장이 그룹 내 조직과 계열사를 두루 거치면서 그룹 전체를 꿰뚫어보는 폭넓은 시야를 갖췄다는 점도 그가 그룹 조직의 수장이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는 1978년부터 그룹 회장 비서실과 감사팀 등에서 오랫동안 근무했고, 1991년에는 비서팀장으로 이 회장을 보좌했다. 그는 특히 감사팀장 시절 거래처에서 와이셔츠 한 장을 받았다는 이유로 직원을 내쫓아 '검객'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성격이 엄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색깔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역시 '도전'이다. 그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사실에 주눅들지 않고 언제나 도전정신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해, 동기들과의 경쟁에서 늘 승리했다"고 말하곤 했다. 신입사원들에게 "CEO가 될 꿈을 꾸지 않는다면 회사에서 나가라"고 강조할 정도로 도전 정신을 중시한다. 이와함께 OLED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일본 NEC 사장에게 "삼성 SDI와 OLED를 공동개발, 디스플레이의 영광을 되찾자"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합작을 성사시킨 일화는 그의 추진력을 보여준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삼성 컨트롤타워의 수장으로 임명된 가장 큰 이유는 삼성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데 있어서 그가 최적임자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가 새롭게 복원될 그룹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지도 관심사다. 일단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형태적으로는 복원이지만 부정적인 이미지와 관행 등을 씻는 계기로 삼아 새로 출범하는 것"이라며 "계열사들 위에 있기 보다, 지원하고 도와주고 역량을 모아서 계열사를 지원하는 조직으로 일하게 된다"고 밝혔다. 과거처럼 무소불위의 회장 비서실로 계열사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를 위해 복무하며 미래의 삼성 먹거리를 찾는데 집중하겠다는 얘기이다.
김 부회장은 이제 삼성의 미래를 책임지게 됐다.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 해결책도 찾아내야 할 과제가 그의 어깨에 놓였다. '이재용 시대'를 여는 데도 그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그가 10년후 삼성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켜 놓을 지 지켜볼 일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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