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의 태권도 선수가 실격패한 것과 관련, 대만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대만 일각에서는 주최국 중국과 태권도 종주국 한국의 음모론까지 거론하면서 반한 감정도 확산되고 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19일 아시안게임 여자 태권도 49㎏급 예선 1회전에서 양수쥔(楊淑君) 선수가 실격패 당한 판정은 대만인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양 선수는 17일 베트남선수와의 경기에서 9-0로 앞서던 중 경기종료 12초를 앞두고 전자양말 뒤꿈치에 불법 전자센서패치를 부착했다는 이유로 실격패했다.
이와 관련 마 총통은 "우리는 진상이 밝혀지기 전에는 우리 대표단을 겨냥한 어떤 비난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또 항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주최 측에 공평하고 공정한 결정을 내리고 합리적 설명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둔이(吳敦義) 행정원장(총리)도 이날 "이러한 굴욕을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느냐"고 말하고 이치에 따라 싸우고 절대로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잇단 공개 발언으로 인해 이번 사건은 대만 내 정치,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특히 일부 대만 시민이 태극기를 불태우고 대만인들이 즐겨 먹는 한국산 라면을 발로 짓밟는 등의 과격 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대만 언론은 한국의 심판 매수설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이 체급에서는 한국인이 출전하지 않았고, 한국인 심판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대만인들의 반한감정이 사그라지지 않자 타이베이(臺北) 주재 한국대표부는 19일 대만 전역의 한국 교민, 상사, 학생들에게 공문을 보내 "대중 앞에서 이번 판정 사건에 대한 언급은 삼가해 달라"며 당분간 행동과 말에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중국도 대만의 반발에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19일 대만 정치인들이 중국과 한국이 짜고 대만에 패배를 안겼다고 공격하는 등 이를 정치쟁점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대만에서는 양수쥔 선수가 실격패한 것은 같은 체급에서 중국의 유력한 금메달리스트 후보인 우징위 선수가 우승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조작된 사건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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