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27 ㆍ고양시청)은 여중 3학년 때인 1998년 10월 역도 선수 출신 아버지와 지도자의 권유로 바벨을 처음 잡았다. '헤라클레스'의 피를 물려 받은 탓 일까. 국내무대는 좁기만 했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인 2002 부산 대회. 다들 실수만 없다면 금메달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잘하긴 하나 보구나." 으쓱했고 자만심도 생겼다. 그러나 합계 272.5㎏으로 당시 1인자였던 중국의 탕공홍(287.5㎏)에 밀려 은메달을 따냈다.
또 다시 수 많은 말들이 자신을 향했다. "그래도 아시아에서 2인자가 어디냐고." 그러나 승부욕이 강한 그는 참을 수 없었고 4년을 기다리며 땀방울을 흘렸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또 다시 중국의 무솽솽(합계 317㎏)에 4㎏이 모자라 2인자로 남았다.
2005년 세계선수권 금메달로 한국 여자역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내리4연패를 기록, 적수가 없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특히 베이징올림픽에서 인상과 용상을 합쳐 326㎏의 세계기록을 들어 올렸고,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두 번의 아시안게임 은메달. 유독 아시안게임과는 '금빛 인연'은커녕 질긴 악연만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이번 광저우 대회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마침내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우승 퍼즐을 맞추며 그랜드슬램의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 여자역도의 간판 장미란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미란은 19일 둥관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75㎏이상급에서 인상 130㎏, 용상 181㎏, 합계 311㎏을 들어 올려 '금빛 바벨'의 주인공이 됐다. 강력한 라이벌인 중국의 멍수핑(21)과 합계 311㎏(인상 135㎏ㆍ용상 176㎏)로 같은 중량을 기록했으나 몸무게가 덜 나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장미란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으로 기록됐다. 장미란은 인상에서의 부진을 용상에서 뒤집으며 늘 그랬듯 두 손을 맞잡은 채 기도했다.
인상 1차 시기 130㎏에 실패하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인 장미란은 세 차례의 도전 끝에 130㎏으로 인상을 마쳤다. 반면 멍수핑은 135㎏을 기록, 앞서 나갔다. 합계 중량에서 5㎏가 뒤떨어진 장미란은 용상 1차 시기에서 175㎏을 신청해 성공했다. 멍수핑은 같은 중량의 바벨을 놓치고 말았다.
기선을 제압한 장미란은 2차 시기에서 결국 동점을 만들었다. 멍수핑이 마지막 도전에 실패하면서 3차 시기를 앞둔 장미란은 이미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금메달을 확정한 장미란은 3차 시기에서 용상 188㎏을 신청해 챔피언답게 자신이 보유한 용상 세계기록(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도전하는 팬 서비스를 보여줬다.
장미란은 경기후 "그 동안 아시안게임 우승을 못해서 아쉬웠는데 바랐던 금메달을 땄다. 응원해주신 분들 기대에 부응해 기쁘고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광저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