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27ㆍ고양시청)이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에서 생애 첫 '금빛 바벨'을 들어 올릴 수 있었던 데는 심리전과 풍부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일 오후 역도 여자 75㎏ 이상급 경기가 열린 광저우(廣州) 동관체육관. 장미란이 3번,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멍수핑(21)은 4번으로 경기에 나섰다.
먼저 경기에 나선 장미란은 인상 1차 시기에서 130㎏에 실패했다. 같은 중량을 신청해 도전한 2차 시기에서는 성공했지만 마지막 적어낸 134㎏에서 또 다시 바벨을 놓쳤다. 장미란의 결과를 지켜본 뒤 플랫폼에 나선 멍수핑은 장미란보다 5㎏ 많은 135㎏으로 인상을 마쳤다.
인상이 끝나자 플랫폼 뒤 한국 선수 대기실은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먼저 경기에 나서는 장미란의 성공 여부를 지켜본 멍수핑이 그에 맞게 중량을 조절해 가는 작전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멍수핑은 장미란이 인상 1차 시기에 실패하자 당초 125㎏에서 5㎏을 더 늘렸다. 장미란이 2차 시기에 성공하자 이번에는 1㎏을 낮춘 135㎏을 적어 냈다. 무리하게 중량을 올려 자칫 실패라도 한다면 만회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어진 용상. '금메달 키'는 장미란이 갖고 있었다. 인상과 마찬가지로 먼저 경기에 나선 장미란이 첫 바벨을 힘차게 들어 올린다면 멍수핑의 작전은 어긋날 수밖에 없는데다 "반드시 들어 올려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용상에 강한 장미란도 1차 시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심리전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장미란이 용상 1차에 성공하자 멍수핑은 바벨을 들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175㎏에 성공한 장미란은 2차 도전에 무려 8㎏을 늘렸다가 다시 2㎏을 줄였다. 예상보다 높은 중량을 신청해 상대방의 머리와 마음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2차에서 장미란이 181㎏, 멍수핑이 176㎏을 들어 올려 합계 311㎏을 기록, 동률을 이뤘다. 인상에서 뒤진 5㎏을 만회한 것이다.
초조한 쪽은 오히려 멍수핑이었다. 3차 시기에 먼저 출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눈빛이 흔들리던 스물 한 살의 신예 멍수핑은 무려 6㎏을 올리는 등 승부수를 띄웠지만 실패했다. 장미란이 3차 시기에 실패한다 해도 금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이었다. 역도에서는 같은 중량에 성공했다면 몸무게가 덜 나가는 선수가 이긴다. 공식 기록지 상 장미란의 몸무게는 115.92㎏, 멍수핑은 116.70㎏이다.
광저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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