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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볼링 경기서 남자가 공을 굴리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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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볼링 경기서 남자가 공을 굴리는 까닭은

입력
2010.11.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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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경기에 남자 선수가 레인에 서는 황당한 경기가 있다. 바로 볼링장에서 볼 수 있었던 희귀한 풍경이다. 광저우 텐허 볼링홀에서는 광저우 아시안 게임 여자부 경기가 열리고 있다. 개인전과 2인조, 3인조, 5인조 등의 경기 도중 여자 선수들과 함께 중국의 남자 선수가 공을 굴렸다.

이들의 스코어를 담은 점수판에는 넘어지는 핀 개수와 상관 없이 0, 0, 0점이 계속해서 표시됐다. '레인의 불청객'이라 할 수 있는 남자 선수들은 짝을 맞추기 위해 고용된 '페이셔(pacer)'다. 두 레인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해야 하는 볼링 종목은 선수 수가 홀수로 맞지 않게 되면 페이셔를 둬 함께 경기를 치르게 한다.

볼링에서 페이셔는 매우 중요하다. 경기 전 레인에 칠해진 기름 때문이다. 혼자서 두 레인을 사용하면 유리할 수 있는 종목이 바로 볼링이다. 페이셔가 없으면 레인 위의 기름은 닳지 않는다. 기름은 공의 회전을 도와줘 경기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 덜 닳을수록 좋다.

따라서 페이셔가 옆 레인에서 공을 선수들과 똑같이 굴려주지 않는다면 한쪽 레인의 기름양은 그대로 유지돼 선수들에게 그만큼 유리해진다. 반면 두 팀이 두 레인을 사용하면 공을 굴리는 횟수만큼 기름양이 점점 줄어들어 공의 회전은 점점 약해지게 된다.

이로 인해 볼링 종목은 항상 페이셔를 둔다. 보통 여자 대회에서는 여자 페이셔가 고용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남자 페이셔가 주를 이뤘다. 한 경기 감독관은 "중국은 볼링 인구가 적어 부득이하게 남자 페이셔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공이 주로 굴러가는 '길'이 있기 때문에 페이셔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가져야만 고용될 수 있다.

선수들이 유일하게 추위에 떨며 플레이하는 것도 볼링장의 풍경이다. 볼링장은 실내온도 18도 이하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름이 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내온도가 낮기 때문에 선수들은 경기 중간의 휴식시간마다 서둘러 점퍼를 걸치게 된다.

이번 대회에서는 복장 규율을 어기고 출전한 선수도 생겼다. 쿠웨이트와 인도 등의 이슬람 국가는 이번 대회부터 볼링 경기에 참가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노출을 할 수 없는 이들은 조직위원회의 배려로 규정 복장인 반바지나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경기에 나섰다. 또 몇몇 선수들은 히잡을 쓰고 경기에 임했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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