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데이날리스 글ㆍ스텔라 데이날리스 그림ㆍ백원영 옮김
여유당 발행ㆍ32쪽ㆍ1만원
무엇이든 기계로 대량 생산하는 시대이다 보니, 수작업으로 물건을 만드는 장인은 설 자리가 좁다. 내로라 하는 명장이 아닌 한 생계 꾸리기도 쉽지 않다.
호주의 그림책작가 부부가 펴낸 는 사라져가는 장인들에게 바치는 우화 그림책이다. 대량 생산으로 인해 소비가 획일화되고, 빨라진 데 대한 탄식을 콜라주 그림을 통해 환상적으로 표현했다. 운율이 느껴지는 글은 맛있다.
예술적인 신발을 만들어 사랑 받은 구두장이 슈만은 같은 모양의 값싼 신발을 찍어내는 공장이 생긴 뒤 잊혀져 간다. 결국 도시를 떠나 숲 속에 작업실을 연 그는 동물들에게 신발을 만들어주기 시작한다. 진흙탕을 걷는 멧돼지에게는 방수신발을, 비단뱀에게는 양말 같은 슬리퍼를 만들어 주는 식이다. 활력을 되찾았던 그는 그러나 발이 100개 달린 지네의 신발을 만든 것을 끝으로 죽음을 맞는다. 그가 떠나온 도시의 한 소년은 우연히 굴러온 지네의 신발 한 짝을 보게 되고, 이야기는 끝난다.
작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무대를 생동감 있는 숲 속으로 바꿔 경쾌하고 흥미롭게 그린다. 음표로 표현한 지네의 발, 다양한 패턴을 오려 붙인 갖가지 신발 등 알록달록한 콜라주 그림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들은 종이를 잘라 슈만의 구두를 만들어보고 싶어질 것 같다.
참! 소년은 어떻게 됐을까? 책 뒷표지에 다시 등장한 소년은 망치를 든 채 구두를 손질하고 있다. 시대가 변해도 장인 정신은 위대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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