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사나이보다는 '항상 일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언스에서 뛰다 최근 은퇴한 양준혁(41) 씨가 19일 서울대 재학생 앞에서 자신의 32년 야구 인생과 그에 대한 소회를 진솔하게 털어놨다. 양씨는 이날 교내 문화관에서 열린 서울대총동창회와 스포츠과학연구소의 초청강연에 연사로 나섰다.
그는 "야구관련 기록 9개를 세웠지만, 그 중에서 사사구(四死球)기록(1,380개)이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뗐다. 사사구는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합친 것으로 팀에는 보탬이 되지만 개인선수의 타율기록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는 "사사구에는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지만, 팀을 위해 열심히 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사사구다. 최다홈런 등 다른 기록은 깨지겠지만, 사사구 기록은 후배들이 깨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2년 겪었던 슬럼프에 대해서는 "그 해에 시합을 많이 못 나가 위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으로는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더라"며 "최고 자리에서 누리던 영광을 모두 휴지통에 버리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 슬럼프에서 벗어난 비결로 '변화'를 든 양준혁은"어느날 이승엽이 타격 폼을 바꾼 뒤 아시아 신기록을 깨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나 역시 마음가짐을 달리해 타격 폼을 바꾸고 자신을 업그레이드했다"고 고백했다. 이때 완성한 것이 유명한 '만세타법'이다.
그는 다음해인 2003년 자신의 기록 중 가장 많은 33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양준혁은 이 시기를 회고하며 "실패를 수 천 번 반복했고, 밀림에서 칼 하나 들고 길을 내듯이 혼자서 새로운 타법을 개발했다"며 "그 당시 실패를 토대로 잘 헤쳐나갔기 때문에 내가 42살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은퇴를 하고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지만, 앞으로도 일루까지 전력으로 뛰듯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는 교수, 학생 등 400여명이 찾아와 양준혁 선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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