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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中 기축통화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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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中 기축통화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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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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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부상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세계의 공장이요, 제2의 경제대국이라는 실물부문의 굴기(崛起)로서는 물론이거니와 금융부문에서도 위상을 가파르게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우공이 산을 옮긴 이야기'(愚公移山)처럼 당장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실현될 위안화 국제화라는 거대한 꿈을 꾸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절묘한 타이밍에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왜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는 것일까? 중국이 글로벌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그때 느낀 위기감만은 다른 나라 못지않았던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2008년 중반에만도 2조달러에 가까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가진 데다 외환ㆍ금융시장이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직격탄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30여년간 수출시장으로 삼아 왔던 미국·유럽 등이 위기에 빠지자 수출이 급감하면서 성장이 크게 둔화되었다. 게다가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땀 흘려서 곡간에 차곡차곡 쌓아 온 막대한 부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즉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의 특권(시뇨리지)을 누리며 막대한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는 반면, 중국은 달러가치의 하락으로 국부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에 중국은 중앙은행에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할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위안화 국제화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먼저 금융위기 당시 아시아 주변국들이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중국인민은행은 내심 위안화 국제화의 호기로 보고 주변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왑 체결을 확대해 나갔다. 2008년말부터 2010년중반까지 한국, 인도네시아 등 8개국과 총 8,0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왑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향후 위안화 국제화의 사전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작년 여름부터 홍콩과 상하이 등 일부 지역에서 실시한 위안화 무역결제를 금년 들어 대폭 확대한 것은 주목할 만한 행보라 할 수 있다.

물론 위안화 무역결제를 실시한 초기 성적표는 참담했다. 문에 그물을 쳐서 참새를 잡으려 할 정도로 실적이 극히 부진하다고 소위 '문가라작'(门可罗雀)이라는 현지언론의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중국내 실시지역을 베이징 등 20개 성(省)으로 확대하고 해외 대상지역에 대한 제한을 폐지한 뒤로는 위안화 무역결제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36억위안에 불과했던 위안화 결제규모가 금년 1분기 180억위안, 2분기 490억위안, 3분기 약 1,300억위안으로 매 분기마다 배 이상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직까지는 전체 무역규모의 1%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무역결제 통화로서 위안화의 전망은 밝다고 아니할 수 없다.

다만 현재로서는 외국의 수출상이 위안화를 취득하더라도 이를 운용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위안화 결제 활성화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중국 당국은 홍콩을 위안화 채권 발행ㆍ유통을 위한 역외시장으로 육성하고, 외국중앙은행과 위안화 결제 금융기관에 대해 중국내 은행간 위안화채권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이다.

한편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역뿐만 아니라 국제금융거래의 표시통화로 사용되거나 다른 나라의 외환보유액 운용통화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위안화의 자유태환 보장, 자유변동환율제 도입, 자본시장 개방 등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중국의 신중한 태도에 비추어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위안화 국제화는 무역결제를 제외한다면 아직은 꿈에 지나지 않는다. 원자바오 총리도 위안화가 진정한 국제통화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한 나라의 통화가 국제통화가 되느냐는 그 나라의 경제실력을 반영하여 시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경제의 급속한 성장세와 중국 정책당국의 행보에 비추어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도약하는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도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겠다.

김진용 한국은행 북경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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