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국의 여자 태권도 선수 양수쥔(楊淑君)의 실격패로 촉발된 대만 내부의 반한(反韓) 감정과 관련 "이번 판정은 한국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이날 직접 나서 "비이성적 행동으로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전 국민에게 호소한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외교소식통은 "대만 정부도 한국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 문제로 한국과 대만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대만 정부가 이런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외교통상부는 20일 타이베이(臺北) 주재 한국대표부에 "태권도 판정이 한국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전하고 대만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가 조만간 태권도 경기 판정은 한국과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우리 정부는 태권도 경기 판정 시비에 대해 "대만이 한국을 탓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양수쥔이 출전한 여자 49㎏급에 출전하지 않았으며 실격 결정에도 한국이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며 "논란이 된 경기는 필리핀 주심과 중국 쿠웨이트 타지키스탄 부심이 진행했으며, 양수쥔의 실격을 결정한 경기감독위 위원장도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경기감독위도 "양수쥔이 경기 직전 10분 동안에 고의든 아니든 발 뒤꿈치에 비공인 센서를 부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격 판정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구양근 타이베이 대표부 대표는 "반한 감정이 주말을 기점으로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지만 비상연락망을 통해 한국 교민들에게 신변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대만의 반한 감정 확산 원인에 대해 "1992년 한·타이완 국교 단절에 대한 앙금과 양수쥔 선수의 금메달 순애보를 기대했던 민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만 정부에 유감 표명을 전달했지만 대만 정부의 입장 등을 고려해 항의 방문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가 대만 정부와 언론을 상대로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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