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이 첫 삽을 뜨고, 정몽헌 회장의 손때가 묻은 현대건설을 이제야 되찾았습니다. 위에 계신 두 분도 기뻐하셨을 겁니다."
18일 오전 11시30분, 경기 하남시 창우동에 자리잡은 현대가(家) 선영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담담하게 현대건설 인수전 승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말투는 차분했지만 남편과 시아버지의 피땀이 서린 현대건설을 되찾은데 대한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현 회장의 공식적인 선영 방문 목적은 금강산 관광 12주년 기념. 하지만 고인들에게 현대건설 인수 사실을 알리고, 세간의 '승자의 저주'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도 엿보였다. 현 회장은 오전 11시께 에쿠스 승용차편으로 선영에 도착해 20분 정도 참배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현 회장은 참배 후 취재진을 향해 소회를 밝힌 뒤 "지금 해야 할 일은 어렵게 되찾은 현대건설을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라며 "현대건설이 글로벌 톱5로 성장하는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국내외 투자자와 접촉 중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현대그룹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금 조달을 위한 현대그룹 또는 현대건설 자산 매각설에 대해서도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중겸 사장을 포함한 현대건설 임직원들에 대해서도"대부분 그대로 계시게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유임 쪽에 힘을 싣는 분위기였다.
인수전 과정에서 감정 다툼이 적지 않았던 현대ㆍ기아차에 대해 화해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 회장은"앞으로 현대차와 잘 지낼 것이며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존경한다. 집안의 정통성은 그분에게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정부에 일임할 문제"라면서도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표했다. 현 회장은 "남북 대치가 길었던 만큼 이제 대화가 오갈 때가 된 것 같다"며 "관광을 재개해도 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과 하종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 등 임직원 100여명이 동참했다.
한편, 장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임직원 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조회에서 "금강산 관광은 반드시 재개돼야 하며, 그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남과 북이 서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법을 찾는다면 우리 생각보다 훨씬 쉽게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998년11월18일 금강호의 첫 출항으로 시작됐던 금강산 관광은 2008년7월11일 남측 관광객인 고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단됐다.
하남=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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