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8일 꺼내든 카드는 강온 양면 공세다. 하루 전 이명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정권과 전면전을 선포하며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던 손 대표는 이날도 ‘100시간 국회 농성’에 돌입하는 등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물론 동시에 청목회 관련 민주당 검찰 수사 대상자들의 자진 출석 방침을 밝히는 등 강약 호흡 조절도 시작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다시 분명히 말하는데 이명박 정권의 전횡과 비리에 대해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만큼 격한 표현은 없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단호했다. 당 차원에서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소속 의원 50여명이 이날 오후 청와대 앞을 방문해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한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2011년 예산심의를 이틀째 전면 보이콧했다.
특히 손 대표가 “100시간 동안 국회를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눈에 띈다. 머리띠를 두르지는 않았지만 나흘 간의 국회 농성은 원외 야당대표로서 택할 수 있는 고강도의 공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연일 계속된 의총, 비상 대기 등으로 지친 의원들의 투쟁 의지를 독려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손 대표의 측근 의원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장외투쟁 등 전면적 투쟁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동시에 출구전략도 준비하고 있다. 손 대표가 의총에서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응해 보좌진을 출석시키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한 당직자는 “청목회 문제의 경우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여론이 있다”며 “마냥 버틸 경우 당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불리한 이슈인 청목회 사건을 털고 대포폰과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로 프레임을 옮기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한편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에 관여했다는 강기정 의원의 의혹 제기와 관련 “강 의원이 상당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민간인 사찰의 중심 인물인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외국으로 도피시키려는 공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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