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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전사, 金 2개 들고 돌아온 '어제의 불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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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전사, 金 2개 들고 돌아온 '어제의 불효자'

입력
2010.11.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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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녀 태권도 경기가 열린 광둥체육관. 대회 둘째 날인 이날 한국 대표팀의 첫 태권전사로 나선 여자 57㎏급 이성혜(26ㆍ삼성에스원)는 비장한 표정이었다.

남자 87㎏급 허준녕(23ㆍ삼성에스원)도 이를 악 문 채 매트에 섰다. 전날 출전한 대표팀 3명이 '노 골드'에 그쳐 종주국의 자존심이 무참히 짓밟혔기 때문이다. 이성혜와 허준녕이 나란히 대표팀에 금메달을 안기며 무너진 자존심을 일으켜 세웠다.

첫 금은 '맏언니' 이성혜의 몫이었다. 결승에서 만난 허우위줘(중국)와 3라운드까지 0-0 팽팽한 승부 끝에 돌입한 연장전. '금빛 발차기'는 노련미가 발판이 됐다. 이성혜는 판정을 의식한 듯 체력이 떨어져 수비에 급급하던 허우위줘를 종료 30여 초 전부터 거세게 몰아붙였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중국 관중들은 금메달을 연호했지만, 심판은 합의판정을 통해 이성혜가 서 있던 왼 손을 치켜 들어 우세승을 선언했다. 2006년 도하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이성혜가 한국 여자 태권도 선수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남자를 통틀어도 대회 2연패를 달성한 것은 98년 김제경 이후 12년만이다.

9살에 도복을 입은 이성혜는 2005년 유니버시아드 우승, 2006년 도하 대회 금메달,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석권했다. 꿈에 그리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선발전 탈락의 아픔을 딛고 올해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위기의 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경기 후 이성혜는 "상대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선수인데 신장을 이용한 공격이 좋다고 판단해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엄마, 나 1등 먹었어"를 외치며 환하게 웃었다. 5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허준녕은 오히려 준결승이 최대 위기였다. 아크말 이가셰프(우즈베키스탄)에게 경기 시작 후 내리 7점을 내주는 등 3라운드 28초를 남긴 상황에서 13-14로 뒤졌다.

종료 직전 14-14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 들어간 연장전에서 6초 만에 기습적인 몸통 공격으로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결승 상대였던 정이(중국)를 11-4로 여유 있게 누르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허준녕은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다"고 했다.

이날 함께 출전한 여자 53㎏급 권은경(25ㆍ삼성에스원)은 준결승에서 발차기를 주고 받다 뜻밖의 무릎부상을 당해 기권, 동메달에 그쳤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던 그는 들것에 실려나가면서 꾹 참았던 울음을 토해냈다.

광저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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