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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매의 中國味談] <8> 서시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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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매의 中國味談] <8> 서시의 혀

입력
2010.11.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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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람들은 요리 이름을 붙이는데 명수인 것 같다. 사람마다 요리를 만들고는 그것에 멋진 이름을 붙인다. 역사인물에서 따오기도 하고, 음식모양에서 따오기도 하고, 때로는 음식 재료에서 따온다. ‘침어낙안(沈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로 표현되는 중국의 4대 미녀도 중국인들이 자주 먹는 음식이름에 있다. 서시(西施)의 아름다움에 물고기는 물속에 잠기고(沈魚), 왕소군의 아름다움에 날던 기러기는 땅에 떨어지고(落雁), 초선의 아름다움에 달이 숨고(閉月), 양귀비의 미모에 꽃이 부끄러워했다(羞花) 하여 이들을 4대 미녀라고 한다.

서시의 혀라는 뜻인 ‘시스서(西施舌)’는 항저우(杭州)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시스서는 조개의 일종으로 동죽조개 비슷하다고 하지만 의견이 분분하다. 보통은 삼각형의 부채모양으로 외형은 담황갈색에 꼭대기는 약간 자줏빛이 나고 껍질을 벌리면 흰 살이 나온다. 껍질을 벌렸을 때 나온 흰 살이 마치 하얀 혀 같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미인 중에서 하필이면 왜 서시의 혀일까?

여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 온다. 월왕 구천은 미녀 서시를 이용한 미인계로 부차의 오나라를 파멸로 이끌었다. 임무를 다한 서시가 귀국하게 되자 월왕의 왕비는 서시가 돌아오면 왕의 총애를 받아 자신의 지위가 위험해질 것을 걱정하였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큰 돌을 서시의 등에 매달아 그녀를 항저우의 시후(西湖)에 빠뜨리도록 밀지를 내렸다. 서시는 죽은 후에 예쁜 조개가 되었고, 조개를 잡은 어부에게 하얀 혀를 내밀면서 자신의 원통함을 고하였다고 한다. 서시의 종적에 관해서는 설이 분분한데 오나라 멸망 후에 연인이었던 범려(范蠡)와 함께 일엽편주를 타고 서호로 표표히 떠났다고도 한다.

시스서가 유명해지게 된 것은 당 현종이 동쪽을 순시할 때 요리사가 이 서시혀 조개로 끓인 탕요리를 헌상한 때부터다. 당 현종이 이를 맛본 후 몹시 칭찬을 하였다. 국물이 부드럽고 맛이 신선하여 ‘천하 제일의 신선함’이란 명칭이 있게 되었다. 시원한 조개탕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중국 남자들은 이 서시의 혀를 먹으면서 오히려 자신이 천하미인 서시와 통한다는 환상을 갖는다고 한다.

서시의 고향에도 동명의 ‘시스서’라는 간식거리가 있다. 찹쌀가루를 혀모양으로 빚어서 그 속에 꿀에 버무린 견과류를 넣고 물에 끓여 먹거나 기름에 지져 먹는다. 이 간식의 특색은 겉이 희고 맛은 달달하다. salang@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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