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포폰’으로 촉발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사찰에 대한 검찰 재수사 여부를 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재수사를 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이번에 털고 가야 한다”는 기류도 많아 골치가 아픈 것이다. 야당의 강공에 대한 대응 수위도 고심이다.
한나라당은 대포폰에 대한 야당의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는 물론 재수사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정적이다. 안형환 대변인은 18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재수사를 해야 할 만한 엄격하고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국정조사나 특검을 해야 할 사안은 더욱 아니다”고 당 입장을 밝혔다. 안상수 대표도 전화 통화를 통해 “재수사 여부는 검찰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여당이 나서서 재수사를 하라 마라 목소리를 낼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재수사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고위당직자는 “솔직히 차제에 재수사를 통해 누구나 동의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 민간인 사찰 문제를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개혁성향 초선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들도 이날 모임을 갖고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야당에서 거론하는 특정 인물 정도는 털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인식의 바탕에는 야당이 이 문제로 지속적 공격을 할 경우 자칫 2012년 총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정권 후반기에 또 불거진다면 그때는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한나라당이 공개적으로 재수사를 요구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검찰 태도도 완강하다. 한 당직자는 “검찰이 새로운 증거가 아니라며 재수사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데 여당이 나서서 재수사하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여당이 비공식적으로 검찰에 재수사를 압박했으나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말도 있다. 결국 한나라당은 재수사 요구를 무시하기도, 그렇다고 적극 촉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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