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앙~”
민호(1ㆍ가명)를 잠시 요람에 내려놓자 이내 울음이 터졌다. 노수빈(24)씨가 우는 민호를 달래려 품에 안은 세영(1ㆍ가명)이를 이불에 가만히 눕히자 이번엔 세영이도 목놓아 울어댔다. 노씨는 민호와 세영이를 동시에 돌보느라 진땀을 흘렸다. 신기하게도 아기들은 누군가의 품에 안기면 울음을 그쳤고, 혼자 눕혀지면 자동반사적으로 눈물을 쏙 뺄 정도로 보챘다.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떨어져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이어서 그런지 엄마의 따뜻한 품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노씨는 “처음에는 아기 안는 법을 몰라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팔이 아프고 힘들어 차라리 일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막상 아기들을 보면 안타깝고 짠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스타벅스 각 지점에서 일하는 직원 4명은 국내외로 입양될 아기들이 임시로 보호되는 서울 서대문구 동방사회복지회 동방영아일시보호소의 일일 봉사자로 나섰다. 스타벅스 각 지점의 지점장, 슈퍼바이저 등 직원인 이들은 회사가 매주 2회씩 복지회를 찾아 펼치는 사회공헌활동의 일일 봉사자로 참여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2005년부터 꾸준히 매주 월, 화요일이면 직원 3~4명을 이 곳으로 보내 입양을 기다리는 2개월 미만의 아기 돌보기, 빨래, 젖병 삶기, 청소 등을 하며 일손을 보태고 있다.
스타벅스 숭례문 지점의 지점장인 손문경(31)씨는 벌써 여섯 번째 이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아기 돌보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천사 같이 예쁜 아기들을 보면 다시 발걸음이 이곳으로 향한다고 했다. 그는 언니의 조카들을 돌본 경험이 있어 아기 돌보는 봉사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더 조심하게 된다고 했다. 손씨는 “아기가 토하거나 심하게 우는 것은 다반사로 일어나지만, 그런 일이 생기면 괜히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미안해진다”며 “이곳 아기들은 나면서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으니 가능하면 국내의 좋은 가정으로 입양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현숙(27)씨도 “오늘 처음 갓난 아기를 안아봤는데, 아기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봉사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대문구, 마포구, 영등포구, 용산구에 속한 31개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지난 5월부터 ‘사랑의 분유 모금함’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동방영아일시보호소의 아기들이 먹을 분유 구입비에 기부하려는 목적으로 설치됐는데,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이 아기들도 분유를 마실 수 있게 해주자는 설명에 공감하면서 참여가 늘고 있다. 9월까지 이 모금함을 통해 기부된 돈은 200여만원으로, 이 돈은 보호소의 80여명 신생아가 20여일간 먹을 수 있는 분유 구입에 쓰였다.
지난 7월에는 스타벅스 직원들의 동방사회복지회 봉사활동이 6,000시간을 넘은 것을 기념해 후원금 전달식이 새로 문을 연 스타벅스 충무로 지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스타벅스는 오픈 기념으로 판매된 머그컵 판매 수익금 전액을 아기들을 위해 기부했다. 또 지난 추석에는 서대문ㆍ마포 지역 지점 직원들이 아기 기저귀를 한아름 사 들고 방문, 풍성한 한가위가 되도록 했다. 서대문 문화일보점에서 일하는 최은지(28)씨는 “항상 생각만 했던 봉사활동을 직접 나서서 해보니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함께 사는 사회라는 느낌이 강해졌다”며 “회사가 왜 봉사활동을 장려하는 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앞으로도 동방사회복지회가 추진하는 미혼 양육모 지원 사업에도 함께 나설 계획이다. 동방사회복지회는 미혼모의 직업교육을 통한 자립을 위해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스타벅스가 최고 수준의 바리스타와 기자재를 지원해 수준 높은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 김태경 동방사회복지회 후원사업부 과장은 “스타벅스는 노인들의 자립을 돕는 실버카페테리아 지원, 독거노인ㆍ결손가정 돕기 김장 행사 등 지역사회 돕기 행사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며 “기업의 일회성, 선심성 행사가 아닌 수년째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스타벅스 직원들의 봉사활동은 여느 기업들보다 더 큰 진정성이 느껴져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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