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역영'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레이스였다.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21ㆍ단국대)이 18일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500m 결선에서 15분01초72의 저조한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14분35초43으로 종전 아시아기록(14분45초84)을 무려 10초 가까이 앞당긴 쑨양(중국)과는 25초 이상의 차가 났다. 1,500m에서 2연패가 불발된 박태환은 본인의 최고 기록인 14분55초03에도 근접하지 못했다. 혼계영 400m에서도 은메달을 추가한 박태환은 2회 연속 MVP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미 대회 3관왕 쾌거를 이뤘기 때문에 박태환은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1,500m에 나섰다. 3번 레인에서 출발한 박태환은 300m까지는 4번 레인의 쑨양과 엇비슷하게 레이스를 펼쳤다. 하지만 400m를 3분53초86으로 돈 박태환은 3분52초74를 기록한 쑨양과 1초 차 이상으로 벌어졌다.
구간의 절반 지점인 750m를 턴할 때는 쑨양과 격차가 3초 이상으로 벌어졌다. 결국 1,150m 구간부터는 25m 차로 쑨양과 거리가 벌어진 박태환은 결국 외로이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박태환은 특유의 라스트 스퍼트를 살려 1,400m부터 속도를 냈다.
1,400~1,450m, 1,450~1,500m를 각각 30초49와 30초19를 기록한 박태환은 15분01초72를 찍었다. 반면 중국의 신성 쑨양은 거침 없는 페이스 끝까지 이어갔고, 마지막 50m는 27초94로 끊는 괴력을 발휘했다. 박태환의 라이벌이었던 장린은 이날도 15분22초03으로 부진하며 동메달에 그쳤다.
박태환은 "제 기록은 깨고 싶었는데 아쉽다. 마지막 날이라 힘든 점이 많았다"라며 "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라고 말했다. 1,500m를 계속 뛸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건 나중에 말하겠다"고 밝혀 궁금증을 유발시키기도 했다.
박태환은 이어 열린 남자 혼계영 400m 결선에서도 행운의 은메달을 추가했다. 1위를 기록한 중국이 실격을 당하면서 동메달에서 은메달로 색깔이 바뀐 것. 모든 일정을 마친 박태환은 이번 대회를 금3, 은2, 동2개로 마감,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출전 전종목에서 메달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한국은 최규웅(한체대)이 평영 200m 결선에서 2분12초25의 기록으로 은메달, 최혜라(오산시청)가 여자 개인혼영 결선에서 2분12초85로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로써 한국은 경영 종목에서 금4, 은3, 동6개를 따내며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인어공주' 정다래(전남수영연맹)는 평영 200m 금메달로 12년 만에 한국 여자수영의 금맥을 잇는 성과를 가져오며 희망을 쐈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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