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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큰스님 "생각이 만물의 씨앗… 마음의 분별 치워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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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큰스님 "생각이 만물의 씨앗… 마음의 분별 치워버려야"

입력
2010.11.1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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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안에 있어도 삼십 봉을 맞고 선 밖을 나와도 삼십 봉을 맞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삼십 봉을 면하겠습니까?”

동안거 결제(20일)를 이틀 앞둔 18일 충북 보은 속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법주사 총지선원. 사찰의 고문 격인 선덕(禪德)을 맡고 있는 월성(月性) 큰스님은 “수행은 마음공부”라며 이같은 화두를 던졌다. 삼십 대의 매를 면할 도리를 찾기 위해 겨울 3개월 동안 전국 2,200여명의 수좌들은 화두 하나씩 붙들고 용맹전진할 것이다.

법주사는 세간에서야 33m짜리 미륵대불상 덕택에 관광 사찰로 많이 알려졌지만, 절 집안에서는 엄격한 선 수행의 가풍으로 유명한 곳이다. 근현대 불교의 대표적 선지식으로 ‘속리산 호랑이’로 불릴 만큼 투철한 수행을 독려한 금오 스님(1896~1968)이 선풍을 일으킨 곳이다. 금오 스님은 “자유를 찾는 길은 오직 선뿐”이라며 끊임없는 정진을 강조하면서 견성 뒤에도 탁마를 쉬지 않았다.

10여년간 금오 스님을 시봉하며 그 맥을 이은 월성 스님도 세월을 잊고 참선에만 몰두, 수좌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다. 세수 76세인 스님이 법주사 암자인 복천암에 주석한 지 벌써 수십년이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1980년에 큰 물난리가 나서 복천암 선원을 복원한 일은 기억납니다.”

그 세월 동안 스님은 무엇을 닦았던 것일까. 스님은 ‘心心心心難可尋(심심심심난가심), 見聞覺知是何物(견문각지시하물), 山川各色丹楓染(산천각색단풍염), 十方世界本自心(시방세계본자심)’이란 게송으로 그 깨달음을 대신 이야기했다. ‘마음은 마음이며 마음으로 마음을 찾는 것은 어려워라. 보고 듣고 생각하고 아는 그것은 무엇인가. 산천 각지가 단풍으로 물들었네. 시방세계가 다 내 마음이구나.’

“내 마음을 여의고는 단풍도 볼 수 없지요. 만물이 다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그 마음을 치워버리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습니다. 그 자리를 찾는 것이 선의 세계지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사라지는 자리, 분별망상이 끊어지는 그 세계를 일반인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생각하지 않으면 언제 발목 잡힐지 모르는 세상이니까. “생각을 일으킴으로 해서 좋고 나쁜 게 생기는 겁니다. 생각이 모든 원인이고 씨앗이죠. 길흉화복은 내가 조성하고 책임도 내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삼십 대의 봉을 면하는 길도 선 자체를 지워버리는 것이라고 스님은 설명했다. 마음의 분별심 자체를 끊으라는 얘기다.

법주사 내 선원은 총지선원을 비롯해 4곳. 올 겨울 이곳에 머물 수좌들은 70여명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 공양시간 빼고 하루 10시간씩 3개월 동안 정진하면서 그들은 마음에 그어진 선(線)을 지우기 위해 생각의 밑뿌리까지 파고 들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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