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는 2012학년도 입시부터 저소득층 우수인재들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미래인재 전형'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전형에서 선발할 인원은 전체 입학생의 1%수준인 30명으로 4년 동안 등록금, 기숙사비, 생활비 등 대학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장학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장학금 액수는 4년 간 1인당 8,000만 원, 1년에 2,000만 원이다. 국가장학재단에서 지급하는 기초생활 수급자 장학금 연 450만원의 4배 이상이 되는 액수다.
저소득층 우수인재 육성에 초점을 두는 만큼 수능성적 기준을 높이고, 입학 후에는 평균 성적 3.0(B)을 유지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이 각 학교에서 추천 받은 학생들을 찾아가 상담하는 등 직접 발로 뛰면서 우수인재를 발굴할 것"이라고 학교는 밝히고 있다.
이화여대의 파격적 장학금 지원
이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교육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몇 대학이 시행하는 기회균등전형에서 크게 앞으로 나간 것이다. 공부하고 싶어하는 가난한 학생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요즘엔 장학금이 많아서 저만 똑똑하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는 말은 일부만 사실이다.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해결한다 해도 다른 돈이 또 필요하다. 책도 사고, 보충수업도 받고, 교통비와 용돈도 있어야 한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은 자고 먹을 곳이 있어야 한다.
교육이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꿈을 꾸게 하고, 새로운 삶을 열어주고, 계층을 뛰어넘게 하는 기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은 슬픈 일이다. 전쟁 직후의 폐허 위에서도 교육의 이런 기능은 살아 있었다. 농촌의 부모들은 논 팔고 소를 팔아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고, 그것도 안 되는 학생들은 가정교사라도 하며 공부를 했다. 교육으로 계층 이동을 하고 꿈을 성취한 많은 사람들이 오늘 사회 지도층으로 올라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부의 대물림, 높은 학력의 대물림이 점점 심해지고 계층간의 거리가 더욱 멀어지고 있다. 저소득 저학력 계층의 자녀들이 고소득 고학력 계층의 자녀들과 경쟁하기에는 모든 여건이 너무 불리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교육은 공포와 절망의 대상이 되었다. "요새 돈이 없어서 공부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말은 잔인한 말이다.
이화여대의 시도는 좋은 일이지만, 대학에서의 지원은 늦다. 초ㆍ중ㆍ고 과정에서부터 가난한 학생들의 처지를 잘 살펴서 그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학금이 많아져야 한다. 저소득층 우수인재 육성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더 노력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율형 사립고들은 정원의 20%를 사회적 배려대상자 자녀들 중에서 선발하도록 하고 있는데, 20%를 채우지 못해 편법을 쓰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일률적으로 20%를 채우라고 할 게 아니라 그 중 5% 정도는 기숙사비 교재비 용돈까지 지원하는 파격적인 장학금을 내걸고 저소득층 우수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초ㆍ중ㆍ고부터 배려하는 제도를
자율고 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등록금(연 500만 원 내외)은 국가가 부담해 주지만 등록금 이외에 급식비, 보충수업비, 수학여행 등의 활동 경비, 교재와 교구비 등이 필요한데 이런 돈이 부담스러워 일반고로 전학하는 학생들도 꽤 있다고 한다. 교통비가 없어 학교에 못 오는 학생까지 있다고 한 교사는 말했다.
형식적인 장학금이 아니라 어려운 학생의 처지를 살피면서 무엇을 도와줘야 그가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지를 배려하는 장학금이 필요하다. 저소득층 자녀 교육은 국가적인 과제다. 초ㆍ중ㆍ고 과정에서부터 부모가 해 줄 수 없는 보살핌을 학교와 사회가 떠맡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화여대의 시도가 그런 노력에 불을 붙였으면 한다. "장학금 많은데 뭘 그래" 라고 팔짱 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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